책 읽는 여름을 위한 독서 아이템

서울문화사 2022. 8. 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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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여름 없는 나라로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어 책을 편다. 책을 읽는 동안 마실 차를 끓이고 조명의 밝기를 조절해 보다가,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 곁에 늘 함께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스튜디오 포의 확대경 문진 당초문 은색 판매처 스튜디오 포(010-5545-2109) 가격 5만원대

스튜디오 포의 확대경 문진 당초문 은색


최유리 영화 홍보 마케팅사 ‘아워스’ 대표

요즘같이 뜨겁고 습한 계절엔 책으로 도피를 하는 편이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 책 속의 캐릭터와 오롯이 마주 보는 시간은 귀하고 소중하다. 휴대폰이나 모니터와 달리 오래 봐도 피곤하지 않고, 내 속도와 상관없이 흘러가 버리는 영상과 달리 책은 항상 나를 기다려준다. 평소 책을 읽으며 필사를 하거나, 밑줄을 긋거나, 생각에 잠기는 걸 좋아하는데, 그럴 때마다 책을 손으로 고정하는 것이 불편해 문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투명하고 정갈한 형태는 그저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기분이 들게 할 만큼 아름답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한다면 더위를 잊고 빠져들 수 있는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스토너》. 우연히 펼쳤다가 밤을 새워 400쪽 분량을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딥티크의 베이(Baies) 캔들 판매처 딥디크 서울 부티크(02-3479-6049) 가격 5만원대(70g), 9만원대(190g) ©diptyque

딥티크의 베이(Baies) 캔들


정유선 출판사 ‘유선사’ 대표

얼마 전부터 자기 전에 1시간 정도 독서를 한다. 가벼운 러닝을 하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에어컨과 함께 향초를 켠 뒤 책을 집어 들면 ‘이게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다. 독서를 시작하기 전 차분한 음악과 함께 좋아하는 향초를 켜는데, 마음도 편안해지고 집중도 더 잘되는 기분이 든다. 자극적인 영상들을 볼 때와 달리 생각을 깊이, 더 많이 하게 되고, 그 생각들이 쓸모 없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독서의 가장 큰 장점 같다. 최근엔 한국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최진영 작가의《구의 증명》을 읽었는데, 읽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어 새벽이 돼서야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이타이드의 북스탠드 판매처 핫트랙스(www.hottracks.co.kr) 가격 1만원대

하이타이드의 북스탠드


강윤정 출판사 ‘문학동네’ 편집팀장, 유튜브 채널 ‘편집자K’ 운영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은 지 16년, 독자로 살았던 날들까지 합치면 꽤 긴 세월 동안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웃음, 눈물, 깨달음, 지식, 비전, 목과 허리 디스크…. 가능한 한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만 좋아하는 독서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할 수 있을 테니 북스탠드는 나에게 꼭 필요한 독서 메이트다. 가볍고 견고한 데다 어지간한 가방엔 쏙 들어가는 접이식 제품이라 아끼는 제품. 독서의 장점은 삶을 여러 번 살 수 있다는 데 있지 않을까? 특히 소설을 읽을 때 더 그렇고.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멀리 떠나지 못한 마음을 달래줄 소설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백수린 작가의《여름의 빌라》를 추천하고 싶다. 단편집이라 하루에 한 편씩 부담 없이 읽기에도 좋다. 내가 살아온 조건과 환경에서 벗어나 시공간을 넘나들며 여러 가지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건 독서가 주는 가장 특별한 감동이다.

루브르박물관의 책갈피 판매처 루브르박물관(99 rue de Rivoli, 75001, Paris, France) 가격 1유로(2010년 기준)

루브르박물관의 책갈피


서지애 독립 서점 ‘노말에이’ 대표

읽는 책마다 책갈피를 꽂아둘 만큼 여러 개의 책갈피를 갖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책갈피다. 오래전 루브르박물관에서 1유로에 구입한 것으로, 크기가 적당하고 튼튼해 12년째 사용하고 있다. 주로 자기 전에 침대에서 책을 읽는데, 휴대폰을 하다 잠드는 날보다 더 푹 자게 된다(추리소설을 읽은 날엔 악몽을 꾸지만).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은 몰입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축축 처질 만큼 더운 날에도 몰입할 수 있는 책 한 권이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어떤 책으로 여름을 날지 고민이라면 토베 얀손의《여름의 책》을 추천한다. 핀란드의 작은 섬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보낸 여름날에 대한 이야기인데, 책 속에서 온갖 여름을 다 만날 수 있다.

타임 타이머의 MOD 차콜그레이 판매처 루덴스(02-558-9312~3) 가격 8만원대 ©LUDENS

타임 타이머의 MOD 차콜그레이


조아란 출판사 ‘민음사’ 콘텐츠 기획팀장, 유튜브 채널 ‘민음사TV’ 제작, 기획

구글에서도 사용한다고 해서 구글 타이머로도 불리는 타임 타이머. 독서에 가장 필요한 건 그 어떤 아이템보다 읽을 시간을 내는 일인 것 같다. 책을 읽는다는 건 OTT 시청이나 SNS를 보는 행위보다 더 능동적인 집중을 요하는 일이기도 해서 나에겐 타이머가 일종의 독서 모드로 전환하는 스위치 역할을 해준다. 책은 내가 경험하는 생각의 패턴이나 미묘한 뉘앙스, 감정과 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명료한 언어로 보여주는 놀라운 매체다. 나는 늘 행동이 앞서는 편이라 경험을 언어로 소화하기도 전에 다른 경험으로 뛰어들곤 하는데, 이런 내게 독서는 몸으로 터득한 무형의 것들을 정제된 언어로 습득하고 정리하게 해주는 짜릿한 일이다. 최근에 타이머의 시간이 지나도록 멈추지 못하고 읽었던 책은 스타니스와프 렘의 SF 소설《솔라리스》. 1961년에 세상에 나온 고전 중의 고전으로, SF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거대한 철학적 고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든다.

몰스킨의 클래식 노트 판매처 몰스킨 온라인 스토어(1588-2301) 가격 2만원대 ©MOLESKINE

몰스킨의 클래식 노트


서효인 시인, 출판사 ‘안온북스’ 대표

독서를 하며 떠오르는 생각이나 좋은 문장을 옮겨 적는 걸 좋아한다. 거창한 독서 노트라기보다는 낙서에 가까운데, 한장 한장 채워 나가다 새 노트로 바꿀 때 그렇게 기분이 좋다. 책을 100권은 읽어야 노트 하나를 바꿀 수 있으니까. 주로 읽다 멈춤의 용도로 노트를 쓰는 것 같다. 세상 거의 모든 책은 꼭꼭 씹어 읽어야 할 이유가 하나 정도는 있기 마련이니까. 사실 독서는 재밌는 행위는 아니다. 솔직히 유튜브와 OTT 시청이 더 재밌다. 하지만 독서의 기억은 오래 남는다. 지금처럼 모든 게 빨리 휘발돼 버리는 시대에 뭔가 남는다는 것은 꽤 큰 메리트다. 가장 많은 문장을 남겼던 소설은 헤르타 뮐러의《숨그네》. 요즘처럼 더운 때 읽기 좋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소설은 계절을 뛰어넘는 법이다. 세월조차도.

에디터 : 장세현  |   사진 : 엄승재  |   일러스트레이터 : 조성홍  |   어시스턴트 : 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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