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인터뷰>"통일정책 참여·사업아이템 발굴.. 예산낭비 '명예 지사' 오명 벗겠다"

이후민 기자 입력 2022. 8. 12. 08:40 수정 2022. 8. 12. 09: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명철 신임 평안남도지사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북한 지도를 가리키며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 M인터뷰 - 첫 탈북민 출신 평안남도지사 조명철

현재 도정 비용 70%가 인건비

콘텐츠 찾아 새 예산확보 노력

첫 타이틀에 걸맞은 역할 할 것

북한 잘 알고 정치·행정 경험도

실향민·탈북민 등 목소리 경청

정책구성 일원으로 참여시킬 것

어민북송·공무원피격 사건 모두

이벤트성 대북정책 하려다 문제

북핵·북인권 해결 없인 무의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이북5도위원회’의 도지사를 임명하면서 새삼 이북5도위원회로 관심이 쏠렸다. 이북5도위원회의 존재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이북5도’란 1945년 8월 15일 해방 당시 대한민국 행정구역상의 도인 평안남도·평안북도·함경남도·함경북도·황해도를 일컫는다. 이북5도위원회는 이북5도를 포함해 강원과 경기 중 북한 영토 지역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 기관이다.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3조)을 토대로 한 ‘이북5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근거로 설치된 위원회다. 이북5도위원회의 지사들은 정무직 차관급이지만 사실상 명예직에 가깝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친정부 인사들을 앉힌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그러나 최근 탈북민 출신 첫 도지사가 탄생하면서 이북5도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의 변화 가능성에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탈북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고위공무원(통일교육원장)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이어 평안남도지사에 임명된 조명철 신임 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조 지사는 “지금의 수준으로 이북5도위원회가 역할을 해서는 계속 같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끊임없이 사고해서 더 많은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 지사를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이북5도위원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탈북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평안남도지사에 임명된 소감은.

“‘최초’라는 타이틀이 적지 않게 있었는데, 이 타이틀이 남북한이 하나라는 상징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여겨 영예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최초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순간도 많았다. 단지 첫 임무를 맡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최소한 지금까지 해 왔던 지사님들 못지않게 잘해서 탈북민도 훌륭히 해낼 수 있다는 결과를 남기고 싶다.”

―평안남도지사에 발탁된 이유는 뭐라고 보나.

“한국 출신 지사들은 국내 사정은 알지만, 탈북민의 마음은 잘 모를 거고, 반대로 탈북민은 고향인 북한은 잘 알지만, 이쪽 사정은 잘 모른다. 저는 오랜 공직 생활과 연구, 정치 경험이 있고 이북5도민, 탈북민에 대해서도 잘 알기 때문에 이북5도민과 탈북민들이 잘되도록 활동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 임명된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이북5도민들,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겠다.”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이북5도위원회의 목표는 크게 통일 정책과 통일 실현에 이북5도민이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것과 도민의 통합과 화합을 강화하는 거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통일 정책 참여, 탈북민 화합과 통합, 전통문화예술 전수, 도정 역량 강화, 후계자 육성 등 다섯 가지 콘텐츠를 추진해야 한다. 말은 멋있지만, 지금까지 내용은 빈약했다. 해당 콘텐츠를 풍부하게 하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북5도위원회를 향한 비판도 많았는데.

“이북5도위원회가 비판받는 이유가 뭐냐면 전체 예산에서 구체적인 사업은 적고 70%가량이 인건비에 쓰인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예산 지출 구조만 놓고 보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걸 해결하려면 사업이 늘어야 한다. 적극적이고 대규모로 사업을 전개해 가야 한다.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지 평안도민, 이북5도민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땅도 없고, 사람도 흩어져 있어서 ‘도정’이라고 해도 주무 부처로부터 대단히 차별을 받는다. 뭘 한다고 해도 별로 달갑지 않게 여긴다. 그래서 이북5도위원회의 지사들이나 공무원이 안일해졌던 것 아닌가 하고 반성할 부분도 있다. 어려운 환경일수록 더 많이 생각하고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과 예산 확보 노력을 해야 한다. 행안부와 통일부, 기획재정부 등과 수시로 대화하고 싸울 땐 싸우면서 진짜 도정다운 면모를 갖출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겠다.”

―통일 정책에 이북5도위원회가 어떻게 기여할 건가.

“실향민, 탈북민은 통일 정책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있다.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해서 그들의 공감대를 얻어내야 한다. 이북5도민을 통일 정책을 구성하는 일원으로 참여시키고, 통일 정책 실현을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야 한다.”

―기존 통일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대북 정책, 통일 정책의 맥이 이어지지 못하고 끊어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맥이 끊기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아서 그렇다. 정책이 지속해서 이어지려면 전문가들의 생각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대부분 책으로 봐 왔다. 그리고 다수는 어느 정당의 성향에 꽂혀 있어 중립적인 전문가가 많지 않다. 글로 배운 것에 이념이 곁들여지면 정책이 왜곡된다. 이걸 막으려면 실제로 북한에서의 경험이 있는 이북5도민들, 탈북민들, 북한과의 대화에 참여한 경험이 있거나 기업 간 교류했던 사람들, 북한에서 인권·의료 지원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등 모두가 참여해서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한국에 탈북민 3만5000명이 살고 있다. 이미 북한 전역에서 전 연령대, 전 직업군의 사람이 다 내려온 거고, 하나의 나라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통일부가 탈북민 정착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도 굶어 죽는 사람이나 자살하는 사람도 많고 범죄율도 높다. 통일부뿐 아니라 정부 모든 부처와 지방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하나의 나라를 통치하듯 탈북민의 안정을 지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은 어떻게 봤나.

“두 사건은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단 두 사건 모두 그 배경에 북한이 있다. 또 국민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숨기다가 들통이 났다. 정부는 헌법과 규정이 있음에도 그것들을 준수하지 않았고, 조급해서 서두른 흔적도 보인다. 우리가 ‘평화 통일’을 말할 때는 누구의 희생도 없이 통일하자는 의미를 담는다. 인권을 지키고 희생 없이 통일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 ‘평화 통일’이다. 그런데 하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 사람이 죽었고, 하나는 종전선언을 앞두고 벌어졌다. 남북한 통일 과정의 거창한 이벤트 때문에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나는 그런 통일 의식은 단호히 반대한다. 감격스러운 남북 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등이 겉으로 보이지만, 그걸 위해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죽어야 한다면 그건 평화 통일일 수 없다.”

―윤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조언해 달라.

“과거 정부에서는 제일 어려운 문제가 북한의 핵인데도 불구하고 핵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려는 의지가 부족해 보였다. 대신 무슨 교류니 협력이니 하면서 행사가 많아졌다. 대한민국이 북한과 교류나 협력을 안 해서 위험한가? 핵이나 미사일이 제일 급하고 위험한데 정작 대화판에서는 비핵화 문제는 꺼내지 않았다. 왜 핵을 거론하지 않느냐고 하면 평화 보장을 위해 먼저 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변명했다. 또 북한 정권의 집단주의적인 통치 성격 때문에 필연적으로 인권 문제가 생산될 수밖에 없는데, 그 문제는 뻥끗도 하려 하지 않았다. 인권 문제를 말하는 즉시 대화와 교류, 협력, 정상회담 등이 ‘올스톱’할까 봐 그러는 것이다. 윤 정부는 한반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여전히 가장 큰 어젠다는 핵이다. 핵을 우리가 머리 위에 이고서는 한반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비핵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만 대화와 교류, 지원 등을 하면서 평화롭게 관리해가야 한다. 비핵화와 인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협력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전 정부에서는 이걸 빠뜨렸다. 문 정부와 같은 방식으로 해서는 진정한 통일과 인권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는 걸 국민이 이미 학습했다. 윤 정부는 두 문제를 모두 놓치지 않아야 한다.”

―과거 의원 시절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광주 경찰이냐”고 물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에서 연설하면서 권 의원에 대해 ‘권은희는 광주의 딸’이라고 발언했다. 그래서 정부의 위계 체계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영웅시한 것에 대해 반대하면서 한 말이었다. 광주의 정신이라는 건 독재에 반대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운 것 아닌가. 과거 김일성종합대 재학 시절 농촌에 ‘노력 동원’을 간 현장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소식을 방송으로 들었다. 나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광주에 대해 공경심을 가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다들 독재적인 분위기에도 찍소리도 못하고 굴복하고 살았는데, 남쪽 사람들은 들고일어나서 싸웠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 내가 북한에서 왔는데 지역감정을 가질 이유도 없다.”

―국민의힘이 호남을 향해 펼친 서진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좋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화두는 통합과 화합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분열돼 있나. 통일을 말하면서 내부는 점점 분열로 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통일을 말하는 자들이 오히려 서로 총질하고 분열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나서서 우리 내부의 화합과 통합을 말해야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표만 된다면 서로를 증오하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남북 통일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부부터 통일하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예를 들어,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우리 내부에서 싸움이 일어난다. 진보 진영에선 윤 정부가 평화번영정책을 계승하지 않아서 북한이 미사일을 쏜 거라고 하고, 보수 진영에선 이전 정권이 북한에 이것저것 갖다 바쳐서 미사일을 만든 거라면서 싸운다. 이래서는 북한보다 50배 이상의 국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북한을 관리해내지 못한다. 항상 국민 통합이 최고의 화두이자 목표여야 한다. 이걸 놓치면 남북 통일은 아무것도 안 되고 지속할 수 없다.”

■ 조 지사는…

김일성대 경제학 교수 출신… 탈북후 통일부 교육원장·비례대표 국회의원 지내

조명철 신임 평안남도지사는 통일부 통일교육원장과 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에 이어 이북5도위원회 평안남도지사에 발탁돼 탈북민으로는 처음으로 공직과 정치인, 기관장 등을 모두 섭렵하는 이력을 남기게 됐다.

조 지사는 김일성종합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으로, 1994년 7월 중국을 거쳐 서울로 탈북했다. 부친은 정무원(내각) 장관급인 건설부장을 지낸 조철준 씨로 엘리트 출신의 탈북 인사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탈북 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과 통일부 통일교육원장을 거쳐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돼 의정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조 지사는 “이 사회에서 지식과 경험, 인적 네트워크 등을 쌓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상태에서 그런 경험이 이미 충분한 사람들이 해냈던 자리에 임명이 되니까 정신적으로 최대의 긴장 속에 일하면서 밤새워 공부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에는 북한으로부터 동생과 형을 내세운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북한은 조 지사를 향해 “짐승보다 못하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평안남도지사 활동에 우려되는 점은 없을까. 조 지사는 “북한은 탈북민들의 성공 사례에 대해 상습적이고 집요하게 공격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북한의 대남 공작하는 사람들이 탈북민에게 ‘조용히 먹고살면 아무 문제없는데 왜 (북한에 대해) 떠드느냐’고 한다”고 전했다.

조 지사는 “탈북민들은 ‘먼저 온 통일’이고 어느 제도가 옳은지 그른지를 직접 체험한 사람들”이라며 “자기 동포의 땅에서 그 체험을 이야기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문제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통일은 남북이 서로 장점을 결합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잘못된 점을 극복해가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라며 “탈북민을 통해 북한의 제도나 문화, 정책, 이념 등을 미리 알고 준비하면 실효적 회담도 할 수 있고 교류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959년 평양 △김일성종합대 경제학 박사 △김일성종합대 경제학부 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제21대 통일교육원 원장 △제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비례대표) △제19대 평안남도지사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

Copyrightⓒmunhw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