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CB 꼼수 막으려면 정보투명화 필요

박형수 입력 2022. 8. 12. 08:40 수정 2022. 8. 1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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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당국이 전환사채(CB)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증발공)' 개정안을 시행한 지 8개월이 지났다.

CB를 사모로 발행하면서 대주주와 기관 투자가 등이 전환가 조정(리픽싱)이나 매도청구권(콜옵션)을 이용해 편법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거나 불공정 거래에 악용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과거에도 감독 당국이 분리형 BW 사모발행을 막으면서 CB 콜옵션을 대주주의 지분을 확대하는 데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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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금융감독 당국이 전환사채(CB)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증발공)' 개정안을 시행한 지 8개월이 지났다. CB를 사모로 발행하면서 대주주와 기관 투자가 등이 전환가 조정(리픽싱)이나 매도청구권(콜옵션)을 이용해 편법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거나 불공정 거래에 악용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올해 상반기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메자닌 발행액은 총 2조726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발행액 5조9669억원 대비 54.3% 감소했다. 유형별로 CB 2조2527억원, BW가 1745억원, 교환사채(EB)가 2996억원어치 발행됐다.

투자은행(IB) 업계는 CB 관련 규정을 개정한 영향이 메자닌 시장 위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까지 CB 투자자는 사채 이자율보다는 보통주로 전환해서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졌다. 이자율 0% CB 발행이 가능했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행한 증발공 개정안에 따르면 주가가 오르면 사모 CB의 전환가를 의무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상향 조정 범위는 최초 전환가액의 70~100% 수준이다.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이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상장사는 이자율을 높여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상장사 가운데 일부는 리픽싱 조항을 넣지 않고 CB를 발행하고 있다. 대신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면 전환가를 낮춰서 CB를 다시 발행해 투자자의 위험 요인을 줄여준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코스닥 상장사는 지난달 초 CB를 발행했다. CB 인수자는 모두 이전에 발행했던 CB 투자자였다. 새롭게 발행한 CB 전환가는 이전에 발행한 CB 전환가보다 22%가량 낮아졌다. CB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은 이전 CB를 만기 전 취득하는 데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CB 투자자는 이전보다 번거로워지긴 했지만 전환가 하향 조정에 성공한 셈이다. 리픽싱 조항이 없기 때문에 전환 가능 기간 전에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전환가는 바뀌지 않는다.

과거에도 감독 당국이 분리형 BW 사모발행을 막으면서 CB 콜옵션을 대주주의 지분을 확대하는 데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CB 발행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리픽싱 조건을 추가해 발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이유다.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이를 우회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나타난다. 물론 당국이 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은 중요하다. 다만 제도 보완에 따른 시장 기능 축소 여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상장사가 기업공개(IPO)를 하는 이유는 대외 인지도를 높이고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CB는 전환권을 부여하는 대신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과 투자자가 모두 선호하는 방식이었다. 과도한 CB 발행으로 발행 가능 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커진다. 일반 투자자도 잠재적 매도 대기물량(오버행) 우려가 큰 상장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자본시장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제도적인 보완만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기에는 부족하다. 복잡해지는 만큼 투자자는 기회 요인과 위험 요인을 판단할 능력을 키워야 하고 당국은 상장사가 공개하기 꺼려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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