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지구를 구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

여론독자부 2022. 8.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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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저탄소 기업에 세제혜택 제공 등
기후 변화 대응에 3700억弗 지출
청정에너지 전환에도 막대한 영향
일자리·새 비즈니스 창출 기회도
[서울경제]

필자는 섣부른 기대와 무너진 희망 사이를 오가며 지난 2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부화하기도 전에 미리 병아리 수부터 세는 성급한 셈법을 꺼리게 됐다. 중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해도 대통령의 확실한 재가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하지만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이라는 또 하나의 주요 법안을 처리하기로 내부 의견을 정한 것은 그야말로 ‘대박’ 사건이다.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법을 이용한 물가 제어가 과연 가능한지다.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자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물가 상승 압박을 덜어낼 수는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청정에너지 분야와 의료 부문에 정부 지원과 세제 혜택을 확대하면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다.

아마도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감축법이 국가 방위력 강화에 다소 이바지했지만 그보다 미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 나라 전체에 큰 혜택을 줬던 1956년의 ‘전국주간고속도로법’처럼 작동하기를 원할 것이다. 필자는 이 법안이 반드시 그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이처럼 큰 기대를 낳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민주당의 마지막 입법 시도였던 왁스먼·마키 법안이 2009년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된 이후의 상황 변화부터 살펴봐야 한다.

왁스먼·마키 법안의 핵심은 탄소세와 유사한 제한과 교환 시스템이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탄소 배출을 축소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 시스템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이 법안은 일반 근로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쓰레기 같은 계획처럼 그려지기 십상이다.

왁스먼·마키 법안 실패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그린에너지 세제 혜택, 재생에너지 기업의 대출 보증 등 훨씬 제한적인 어젠다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 정도의 조치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당시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기후 재앙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재생에너지 기술이 혁명적인 진전을 이뤘는데, 이것은 순전히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정책에 힘입은 것이었다. 2009년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풍력발전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갔고 태양광발전 경비는 풍력발전비보다 비쌌다. 그러나 그 이후 10년 사이에 풍력 발전비용은 70%, 태양광 발전비용은 89%나 떨어졌다.

여기에 배터리 가격까지 급락하면서 건물의 냉난방 시설을 가동하고 공장을 돌리며 자동차를 굴리는 등 그 누구의 희생도 강요하지 않은 채 탄소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이는 경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게 가능해졌다.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담긴 기후 관련 부문은 대체로 전기차를 포함한 저탄소 배출 기술을 채택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건물을 짓는 등의 방식으로 전반적인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런 조치들이 큰 효과를 낼 것이라 확신할 만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이미 오랫동안 사용해온 화석연료와 달리 재생에너지는 학습 효과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유아 산업’에 해당한다. 재생에너지 기술을 사용하면 할수록 이들에 대한 접근이 수월해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 청정에너지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머지않은 장래에 이들의 가격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요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담긴 기후변화와 에너지 관련 지출은 향후 10년간 3700억 달러 정도로 같은 기간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0.1%에 불과하지만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는 기후 정책 셈법 역시 바꿀 수 있다. 수년 동안 환경보호론자들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부담이 아닌 기회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환이 지구를 구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성공 사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일반인들의 이해를 구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기후 조치의 현실적인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이런 근거 없는 공격은 먹히지 않는다. 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아마도 머지않은 미래에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법안이 막판에 암초에 걸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이 기후변화 행동론자들이 원하는 모든 처방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내딛는 거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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