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중국이란 폭풍우 속에서..'반중' 아닌 '용중'으로 길 찾아야
시진핑 정권 변화 직시해야
'쇠퇴하는 중국'이 더 문제일 수도
자신감 바탕 강대국들에 대응해야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
한청훤 지음 l 사이드웨이 l 1만7000원
중국은 한반도의 운명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존재인데도, 국내에서 이 문제는 대체로 ‘혐중’에 가까운 반중정서에 편승하거나 실질적인 현실과는 동떨어진 패러다임에 기대어 다뤄지곤 한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얼마만큼 냉정하고 입체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중국의 실체를 바라볼 수 있느냐에 있다.
전기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의 영역에서 중국 관련 업무를 해온 현장 전문가가 쓴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은 이런 기대에 부응해 중국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려 한 책이다. 최근 논쟁을 일으킨 <짱개주의의 탄생>이 ‘신냉전’, ‘차이나 리스크’ 등은 보수주의 기획이 만들어낸 허상이라 주장한 것과는 정반대로, 지은이는 “한국에 있어 중국이란 나라가 실체적인 위협이자 거대한 리스크이며, 이 나라의 산적한 문제들이 쌓여 형성된 ‘차이나 쇼크’가 갈수록 우리 사회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 본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오랫동안 한반도에 상존하는 위협이었으나, 근대 이후 냉전 시기를 거치며 한국과 중국은 수교 이후 20여년 넘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황금기’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한국 내 정서는 2015년 이후 단 7년 만에 ‘반중’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몇 년 사이에 한국인들이 갑자기 인종주의자가 되었다는 설명보다는 한국인들의 대중국 인식을 크게 바꾸는 큰 변화가 중국에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실질적인 변화가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개혁개방 이전 30년과 이후 30년을 나름의 방식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야망을 지닌 시진핑 정권이 있다. 지은이가 볼 때 시진핑은 “마오쩌둥 시절의 긍정적 유산을 계승하여 덩샤오핑 시대의 부작용과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자는 일종의 신마오주의자이면서 동시에 미국과 서구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을 기정사실로 믿는 반서구적 전통보수주의자”다. 개혁개방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일견 모순적인 지향점을 내걸었으나, 중국은 집단지도체제를 바탕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아래에서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개혁개방 동안 축적된 정치·경제·사회적 모순들을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한편, ‘중국몽’을 앞세워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장을 내미는 등 대대적인 방향 전환을 한다. 지은이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가 중국에 심어준 자신감, 2012년 보시라이 정변 위기의 결과로 폐기된 집단지도체제 등이 그 배경에 있다고 분석한다.
“시진핑과 신마오주의와 반서구적 전통보수주의는 중국 내부를 향해선 사회적 반동을, 중국 외부를 향해서는 패권적인 외교 전략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른바 ‘중국위협론’은 중국의 굴기 자체를 문제 삼지만, 지은이는 ‘쇠퇴하는 중국’이 되레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며 중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들, 곧 ‘보이지 않는 중국’에 주목한다. 극단적으로 벌어진 도농 격차와 이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는 ‘후커우’ 제도, 너무 빠르게 찾아온 인구 절벽, 눈덩이처럼 쌓인 부채, 한때에는 ‘현능주의’라 불리며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혔으나 이제는 그 폐해가 더욱 불거진 특유의 정치구조 등 지은이는 거의 모든 ‘차이나 리스크’들을 차례차례 뜯어본다.
어떤 방향으로든 ‘쇼크’를 피하기 어려울 이 불확실한 상황 아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은이는 중국이란 제국의 귀환이 불러온 ‘신냉전’ 시대를 냉정하게 뚫어보는 한편, 소심함이 아닌 자신감을 바탕으로 주변 강대국들에 대응해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반중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국익의 최대화 관점에서 중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용중’(用中)은 기본이고,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경제적·산업적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가야 한다고 말한다. 동아시아 내 세력 균형을 위해 일본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야 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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