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카터' 정병길 감독 "시청자 반응에 롤러코스터..애정만큼 후회도"

한현정 2022. 8. 1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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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노출 액션 오프닝, 스턴트맨도 걱정"
"'카터', 내겐 부모 같은 영화"
'카터' 주원 스틸. 사진I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카터`로 컴백한 정병길 감독. 사진I넷플릭스
“‘카터’를 세상에 선보이다니, 정말 만감이 교차합니다. 다양한 평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가 속상했다가...하루 하루가 정말 익사이팅하네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입니다.(웃음)”

지난 5일, 정병길 감독이 넷플릭스와 협업한 영화 ‘카터’가 베일을 벗었다. 작품은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주원 분)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리얼 타임 액션 영화다.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정병길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고, 행복했고, 열정적이었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촬영이 끝난 뒤, 부족한 시간 때문에 바쁘게 쫓기며 후반 작업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영화에 대한 다양한 평들을 보면서 그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좋아해주시는 분도, 실망하신 분도 많아 좋았다가 속상했다가 복잡미묘한 심정이다. 어떤 의미로든 뜨거운 관심 아래 순위는 높이 올라가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카터’에 대한 호불호 반응에 솔직한 생각을 전하는 정병길 감독. 사진I넷플릭스
장편영화 연출 데뷔 전,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 배우다'로 주목을 끈 정 감독은 '내가 살인범이다'(2012)에서 '악녀'(2017), '카터'에 이르기까지 점점 액션의 비중을 높여가며 새로운 시도를 접목하고 있다.

특히 ‘카트’는 원테이크 기법을 전면에 내세워 현기증이 날 정도의 생생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신체 주요 부위만 가린 채로 깨어난 주인공(주원)이 수십 명의 무리와 피 튀기는 혈전을 벌이며 시작된 액션은 스카이다이빙·다리·트럭·기차·헬기로 다채롭게 이어진다.

정 감독은 “원테이크 영화다 보니 자칫하면 루즈해질 수 있어,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축구를 볼 때 축구공에 카메라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연출했다. 기존의 원테이크 영화와는 다른 역동적인 앵글을 많이 보면서 공부하고 이를 적용시켰다. 한 번에 서울, 북한, 중국까지 리얼 타임으로 달렸다”고 설명했다.

“영화가 원테이크로 가다 보니 롤 플레잉 게임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땐 누구나 게임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런 효과를 염두해 (게임적인) 매력을 극대화 하고자 했어요.”

전작 ‘악녀’에 이어 ‘카터’에서도 오프닝 액션이 가장 화제를 모았다.

정 감독은 “’카터’의 오프닝 신이 본래 이 정도로 세지는 않았는데 내가 아꼈던 시나리오의 한 장면을 가져오면서 수위가 올라갔다. 초반에 강렬한 비주얼을 보여주면 빠르게 몰입 될 것 같더라”라며 “초반에 커피숍에서 핸드폰으로 보다가 집에 가서 큰 TV로 다시 봤다고 하는 반응도 있던데, 큰 화면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턴트맨과 배우들이 섞여 있었다. 장소가 목욕탕이다 보니, 스턴트맨들도 이 정도 노출을 하면서 액션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더라. 무술 감독도 우려가 컸는데 다행히 모두 최선을 다해 임해줬다. 인원이 굉장히 많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40명도 안 됐다”며 뒷얘기를 들려줬다.

특히 주연 배우 주원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 감독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 ‘카터’는 선인지 악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의존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그런 복합적인 걸 섬세하고 표현하고,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며 “특유의 우수어린 눈망울, 숨겨진 상남자 매력, 준비된 몸 상태, 뛰어난 액션 감 등 모든 면에서 너무나 좋았다. 뭐든 열심히 하는 친구라 진심으로 응원하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액션을 잘하는 기준은 ‘뒷모습으로 연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몸으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거죠. 주원 배우는 비주얼적인 부분도 선이 예뻤고, 예전에 동양화를 할 때 먹으로 무언가 그림을 쳐나갈 때 그 먹을 치는 느낌이 몸에서 뿜어져 나왔어요. 뒷모습에 감정이 실려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연신 감탄했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부심·책임감을 강조하는 정병길 감독. 사진I넷플릭스
화려한 액션에는 이견 없이 찬사가 쏟아졌지만 스토리의 개연성 등에서는 허술하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정 감독은 이와 관련해 “전작 ‘악녀’ 때도 호불호가 갈렸다. 비주얼로 무언가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도 만족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큰 게 사실”이라며 “영화를 다시 보면서 ‘이 점을 잘못했구나’하는 부분들도 보이고, 그런 아쉬움이 계속 남는 지점들이 있더라. 자책도 하고 반성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카터’는 제가 태어나서 제일 열심히 했던 영화이자 가장 힘들었던,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작품이에요. 감독님들이 흔히 작품을 자기 자식에 많이 비유하는데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자식이고 힘들게 만든 작품이니까요. 그런데 ‘카터’는 자식이라기 보다 부모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그만큼 열심히 했고, 그에 대한 후회도 남고요.”

그러면서 “남들이 안 하는 걸 할 때, 힘들지만 그만큼 쾌감도 크다. 누군가는 내게 새로운 지점을 만들길 바란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새로운 시퀀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다가가게 되고, 그 결과가 좋든 안 좋든 계속 시도하게 된다. 그것이 창작자의 몫이라는 책임감도 든다”고 말했다.

끝으로 할리우드 진출 및 차기작에 대해 “한국 영화 한 작품, 할리우드 영화 여러 편이 예정돼 있다.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건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를 한 편 더 찍고 싶다. 일단 전시회 개인전을 준비하는 게 하나 있어서 그것부터 작업하고 있다”면서 “영화를 찍으면서 한 두 달 간 아무것도 못한 채 번아웃이 됐는데 그림을 그리며 많이 치유가 된 것 같다. 한동안 그림 작업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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