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배롱나무 심은 뜻은

송은애 시인 2022. 8.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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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팔월도 지나고 있다.

여기저기 가로수부터 거리엔 배롱나무 꽃이 만발해 우리를 여유롭게 만든다.

그래서 선비들은 아무리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봄철 매화를 좋아하고, 다음으로 한 여름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를 선호한단다.

그렇게 선비의 집에서 꽃과 나무와 이야기하다보니 폭염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여유로운 마음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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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애 시인

폭염의 팔월도 지나고 있다. 여기저기 가로수부터 거리엔 배롱나무 꽃이 만발해 우리를 여유롭게 만든다.

배롱나무는 흔히 보이는 버즘나무나 다른 나무 보다 유난히 가지가 매끄럽고 깔끔하다. 꼭 선비의 마음을 닮아있어 옛 선비들이 좋아하는 나무라 한다. 한 여름 폭염에 지친 선비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래서 선비들은 아무리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봄철 매화를 좋아하고, 다음으로 한 여름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를 선호한단다. 우리의 사찰이나 서원 또는 고택 마당 한가운데 배롱나무가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이것과 무관하지 않단다.

사찰로는 '선운사', 서원으로는 '돈암서원' 그리고 '소대헌·호연재' 고택에 가보면 오래된 배롱나무가 한창 만개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매끄러운 가지에 활짝 핀 꽃송이는 우주를 담은 듯 송이송이 마다 하나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한 송이가 지면 다른 한 송이가 피어나고 그런 모습을 반복하며 백일동안 꽃을 피우니 폭염도 사라지고 지루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하니 옛 선비들의 지혜가 새삼 가슴에 새겨진다.

나무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휴식을 전해준다. 뜻글자로 休(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며칠 전 다녀온 '휴휴당'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다.

문화재답사 여행기로 잘 알려진 유홍준 교수의 고향인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378-3에 마련된 선비의 작은 원림 '휴휴당'(休休堂)은 그의 집필실이라고 한다. 작은 오두막에서 휴식을 취하고 글 쓰는 모습을 떠올리며 둘러본 주변은 정말 원림으로 구성이 잘된 숲이었다. 그곳을 찾아가는 길목의 돌담길이 우선 머리를 식혀주는 역할을 하고 원림에 들어서니 맑아지는 머릿속을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엔 유홍준 교수가 문화재 답사를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나무를 조성했다는데 이름도 생소한 먼나무, 백당나무, 병아리나무, 으름나무, 종가시나무, 호랑나무 등등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배롱나무는 물론 대나무, 매화나무, 참죽나무 등 이름을 알만한 나무들도 많았다.

그렇게 선비의 집에서 꽃과 나무와 이야기하다보니 폭염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여유로운 마음이 생겨났다. 옛 선비들은 풍광 좋은 곳에 원두막과 숲을 조성해 여름을 즐겼다는 지혜가 새삼 흥미롭게 다가선다. 이제 여름도 마지막을 장식하겠지 라고 생각하니 마음속에서 이미 찬바람이 솔솔 불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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