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재난의 불평등

진광호 기자 2022. 8.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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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중부 지방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에 이 공식은 여전히 참혹하게 유효했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반지하의 특성상 방범창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현관에서 물이 밀려 들어오면 어찌할 방도가 없다.

반지하 대부분이 몰려있는 서울시는 주거 목적의 반지하 사용을 전면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는 순차적으로 없애거나 창고, 주차장으로 전환토록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분명 늦은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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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광호 지방부 충주주재 부국장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수도권과 중부 지방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에 이 공식은 여전히 참혹하게 유효했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물이 급격히 들어차는 반지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40대 자매와 13세 소녀가 목숨을 잃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매 중 1명은 발달장애인이었다. 이들은 물이 차오르는 가운데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지하의 특성상 방범창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현관에서 물이 밀려 들어오면 어찌할 방도가 없다. 이번에도 이웃 주민들이 방법창을 뜯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고 주민들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다 숨진 이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주거용 반지하는 일부 불법 개조 건축물 외에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열악한 생활공간이다. 햇볕이 부족하고 환기도 잘 안되는 눅눅한 환경에서 거주자들은 습기와 퀴퀴한 냄새, 곰팡이, 벌레와 싸워야 한다. 외부 보안이 취약하고 폭우 시 물에 잠길 위험도 크다는 것이 늘 지적됐었다. 반지하 대부분이 몰려있는 서울시는 주거 목적의 반지하 사용을 전면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는 순차적으로 없애거나 창고, 주차장으로 전환토록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분명 늦은 감이 있다. '사후약방문'처럼 사고가 터질 때만 대책을 내놓은 반짝 관심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의 강도와 피해는 커지고 잦아질 것이다. 이에 정부는 월세에 기대어 사는 수백만 힘든 국민들의 열악한 현실을 이번 일을 계기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택정책 뿐 아니라 근본적인 수도권 과밀해소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 이번 폭우의 큰 피해 대부분은 인구밀집 지역인 수도권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 신림동 일가족이 당한 참변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재난에 모든 국민들이 평등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대한민국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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