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방역 총괄'은 '군'(軍) 아닌 '과학자'..과학 중시 기조 반영

양은하 기자 2022. 8. 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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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전을 총괄하는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사령관을 군(軍)이 아닌 과학 분야 인사에게 맡긴 것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과학' 중시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열린 국가비상방역총화회의 보도에서 리충길 당 과학교육부장을 '국가비상방역사령관'으로 처음 호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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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비상방역사령관에 리충길 당 과학교육부장 임명 확인
'통제'보다 과학적 방역에 집중 기조..군은 '정책 실행'에 방점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리충길 국가비상방역사령관이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섰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전을 총괄하는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사령관을 군(軍)이 아닌 과학 분야 인사에게 맡긴 것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과학' 중시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열린 국가비상방역총화회의 보도에서 리충길 당 과학교육부장을 '국가비상방역사령관'으로 처음 호명했다.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2020년 제정한 '비상방역법'에 따라 이번 방역 관련 모든 사업과 활동을 총괄·지휘해온 조직으로 지금까지 사령관이 누구인지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방역전이 격폐와 봉쇄 위주였던 만큼 효율적인 통제가 가능한 군 인사가 사령관일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었다.

지난해 7월 방역과 관련해 '중대사건'이 발생했다며 책임을 물어 리병철 당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 등 군 인사들이 경질 및 징계를 받은 사례도 이같은 추측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었다.

예상을 깨고 방역사령관으로 등장한 리충길은 그간 이력이 두드러진 인물은 아니지만 최근까지 내각의 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과학 전문가로 분류된다. 지난 6월 전원회의에서 당 과학교육부장으로 임명됐다.

이는 북한이 이번 방역전에서 군 주도의 통제보다는 '과학'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더 중요시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이번 방역전 곳곳에서 북한은 "나라의 방역 기반을 과학적 토대 위에 확고히 올려세울 것" 등 '과학'을 수시로 강조했다.

리 부장은 총화회의 토론에서 전염병 전파 상황을 '신속·정확·안정적'으로 통제·관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항체 검사 기술가 악성 전염병 전파 상황 관리지원체계를 비롯한 선진적이고 과학적인 검사와 진단체계들을 개발 도입"을 꼽기도 했다.

북한이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에 과학 전문가를 앞세운 데는 역시 김 총비서의 '과학' 중시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총비서는 집권 이후 과학 농사·기술·교육 등 사회 전반에 과학을 정착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는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을 자력으로 돌파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했다.

김 총비서의 이번 방역총화회의 연설에서도 이같은 기조가 뚜렷이 드러난다. 김 총비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앞으로 '물리적 봉쇄 일변도'에만 매달리지 말고 "방역의 모든 고리를 과학적 이치에 맞게 근원을 따지고 결과를 예측, 예단하면서 능동적으로 융통성 있게 대책할 것"을 강조하며 이를 '교훈'으로 삼을 것을 당부했다.

이는 군 주도로 사회통제를 꾀한 선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다른 김 총비서 시대의 특징적 변화로도 읽힌다. 리충길이 초대 비상방역사령관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내각 소속 인사를 당 부장으로 옮긴 것도 '당 중심'의 통치를 기본으로 하는 김 총비서의 국정운영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이번 방역전에서 군이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총화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선 유일한 군 인사인 리영길 국방상은 '국방성비상방역사단 부사단장'으로 호명됐는데 사단장이 김 총비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리 국방상은 토론에서 평양시 의약품 공급에 군이 투입된 것과 국경, 해안, 해상, 영공에서의 방역 장벽 구축 등을 주 임무로 언급했다. 이로 미뤄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방역사령부의 최종 판단에 따라 결정된 조치들을 군은 실질적으로 이행하며 '방역 전선'을 구축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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