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기의 전자랜드, 오너 2세 홍원표 경영 전면 나섰다..'온라인 사업 총괄'

배동주 기자 2022. 8.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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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조직개편서 온라인 사업부장 선임
'온라인 강화' 경영 성과 내기 속도 분석
온·오프라인 영업 총괄 채희성 상무, 고문 퇴진
기존 임원 10명에서 7명으로 30% 축소

국내 최초의 가전 양판점으로 불리는 전자랜드가 오너 2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전자랜드 운영사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1985년 서울전자유통이란 이름으로 전자랜드를 창업한 홍봉철 회장의 장남 홍원표 이사를 핵심 사업부 수장에 올렸다.

전자랜드가 지난 7월 15일 문을 연 용산 2호점(타이푼). / 전자랜드

1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은 지난 7월 초 조직개편에서 전자랜드 온라인 사업부를 신설하고 사업부장에 홍원표 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온라인 사업부로는 영업팀과 마케팅팀으로 각각 이원화돼 운영됐던 온라인 영업과 온라인 마케팅팀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로써 홍 이사는 입사 8년 만에 전자랜드 사업부 수장이 됐다. 전자랜드는 고(故) 홍종열 고려제강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홍봉철 회장이 일본 도쿄의 전자상가를 보고 세운 서울전자유통이 전신이다. 홍 이사는 홍 회장의 장남으로 2014년 상품개발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전자랜드 오너 2세의 경영 성과 내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1987년생인 홍원표 이사는 입사 5년 만인 2019년 임원급인 이사로 초고속 승진했지만, 디자인과 신규 출점을 담당하는 유통전략팀, 상품 구매와 경영을 담당하는 유통혁신팀 내에서의 팀장 역할만을 수행해 왔다.

전자랜드에 정통한 재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오너 2세라는 이유만으로 경영 승계를 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면서 “경영 능력을 검증해야만 하는 데 홍 이사는 최근 성장하는 온라인 시장에서의 가전 판매 사업 확장을 통해 경영 성과를 내려고 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특히 전자랜드는 홍 이사가 이사로 승진한 2019년을 기점으로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8년 12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9년 가전 양판점 경쟁력 약화, 출점 확대 등에 따른 비용 증가 영향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2020년에는 66억원 영업이익을 낸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을 기록, 9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가전 상품의 온라인 침투율이 높은 데다 백화점이 대기업 제조사 매장 중심으로 가전 카테고리를 강화하면서 전자랜드의 입지가 좁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전 시장 온라인 침투율은 2020년 50%에서 지난해 60%가 됐다.

홍봉철 전자랜드 회장. /에스와이에스리테일 제공

홍 이사는 전자랜드를 온라인 종합쇼핑몰로 변신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는 조직개편 전 유통혁신팀장으로 근무할 때부터 온라인 강화를 주창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이사회에 상정됐던 ‘의류 및 기타잡화 판매업’과 ‘온라인 판매업’ 등 사업 목적 추가도 그가 주도했다.

지난 2월에는 전문경영인인 옥치국 전자랜드 대표와 함께 전자랜드 온라인몰인 ‘전자랜드 쇼핑몰’에 농수산물과 간편식품을 카테고리를 각각 새로 추가하는 작업을 지휘했다. 아울러 온라인 몰에서의 건강기능식품, 캠핑 용품 판매 계획도 홍 이사가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홍 이사는 가전 판매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몰의 상품군을 확장해 집객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이번 조직개편으로 온라인 사업부를 완전히 장악한 만큼 온라인몰 강화에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 차원의 성과 내기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전자랜드는 팀으로 운영됐던 온라인을 사업부로 승격 시키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영업 총괄부문을 없애고 오프라인만을 담당하는 유통사업부를 신설했다. 유통사업부장에는 김형영 전자랜드 상품총괄 상무를 발탁했다.

김 상무는 1994년 전자랜드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전자랜드에서만 일한 전통 ‘전자랜드맨’으로 홍 회장의 복심으로 통한다. 김 상무는 또 홍 이사가 상품 구매와 경영을 담당하는 유통혁신팀장을 담당할 당시 온라인 상품 구색 등에서의 사업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그래픽=손민균

전자랜드는 임원 수도 대폭 줄였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온·오프라인 영업을 총괄했던 채희성 상무가 고문으로 물러났고, 특수영업 등 임원 자리를 없앴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이번 조직개편으로 기존 10명이었던 임원 자리가 7명으로 30% 감소했다.

전자랜드 한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사실 영업총괄이자 사내이사였던 채 상무의 퇴진과 임원 수가 7명으로 줄어든 것”이라면서 “홍 이사가 주도하는 온라인 사업부로의 성과 몰아주기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전자랜드의 온라인몰 강화가 전자랜드 실적 개선을 포함한 홍 이사의 성과 내기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온라인몰 상품 확대는 집객 효과를 위한 상품 구색이 핵심이지만, 새로 추가하는 상품군이 종합온라인몰로의 구색 갖추기 정도에 머물고 있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자랜드몰의 상품 카테고리 내 패션잡화를 보면 헤어 집게핀, 키링 장식, 머리핀 같은 상품들이 대다수”라면서 “누가 머리핀을 사러 전자랜드에 가겠나. 주력인 가전제품 판매를 위한 온라인몰 집객 효과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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