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출전기회, 경기력.. K리그 외국인 쿼터 둘러싼 '말말말'

김성수 기자 2022. 8.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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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K리그의 외국인 선수 쿼터 확대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국내 선수들의 출전 기회, 팀의 경기력, 재정 문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대강당에서 K리그 외국인 선수 제도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K리그의 현행 '3+1'(국적 무관 외국인 3명, 아시아축구연맹 가맹국 소속 국가 선수 1명) 외국인 선수 쿼터 제도에 대한 변화 필요 여부, 변화 시 예상되는 영향 등에 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23년 2월부터 시작되는 차기 AFC 챔피언스리그(ACL)부터 외국인 선수 쿼터를 기존 '3+1'에서 '5+1'(국적 무관 외국인 5명, AFC 가맹국 소속 국가 선수 1명)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청회에는 박태하 연맹 기술위원장, 박성균 연맹 사무국장, 유성한 FC서울 단장, 신정민 전북 현대 책임매니저,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대회기술본부장, 이종성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류청 히든K 편집장, 오범석 K리그 해설위원이 패널로 참석하고 박문성 K리그 해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학범 감독과 몇몇 구단 관계자들도 방청석에서 의견을 내기도 했다.

5+1 제도 도입 시 국내 선수들의 출전 기회와 관련해 의견이 오고 갔다. 지난 시즌까지 K리그 현역 선수로 뛰었던 오범석 위원은 "외국인 선수 5명 규정에 반대한다. 22세 이하 선수 2명, 골키퍼 1명 외국인 선수 최대 5명이 뛰면 선발 명단에서 남는 건 세 자리뿐"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생각이 조금 달랐다. 그는 "외국인 선수와의 경쟁으로 한국선수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도 생긴다. 일례로 서울은 팔로세비치와 국내 선수들이 계속 경쟁하고 있지 않은가. 외국인 선수 쿼터를 5명으로 늘리되 경기당 출전 가능 선수를 3명으로 제한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김학범 감독. ⓒ프로축구연맹

외국인 선수 쿼터 확충을 통해 경기력 강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과 확대는 찬성하나 경기력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말로 두 구단 관계자의 의견이 부딪치기도 했다.

전북 신정민 책임매니저는 "전북은 외국인 선수 쿼터 확대에 긍정적이다. 이를 통해 리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자국 선수 보호도 필요하나 아시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다. 팬들도 경기력으로 리그의 질을 평가할 것이다. AFC에서 나아가는 방향과 결을 같이 해야 한다. 경기장은 육성이 아닌 증명하는 자리"라고 얘기했다.

이에 서울 유성한 단장은 "프로 구단은 경기력보다는 팬이 우선이다. ACL에서의 경쟁력 강화는 코어 팬들을 위한 정책이다. 성적 위주로 가다보면 리그가 부실해지는 상황들이 있다. 외국인 선수 확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에서 투자는 필수다. 하지만 K리그는 지나치게 성적 중심적이다. 승강제를 완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적의 부담을 줄여서 구단들이 각각의 특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 확보는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변화를 논의하면서 가장 뜨겁게 떠올랐던 쟁점은 역시 재정 문제였다. 오범석 위원은 "재정적 여유가 있는 팀일수록 외국인 선수 쿼터 확대에 찬성할 것이다. 만약 5+1이 받아들여지면 보강 규모에서 차이가 더 발생해 팀들 간의 경기력 격차도 더 벌어질 것"이라며 걱정을 표했다.

이어 전북 신정민 책임매니저는 "전북은 외국인 선수 쿼터 5+1을 하면서 막대한 지출을 감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린 선수들을 데려오고 싶다. 3+1에서는 팬들의 높은 지향점을 저버리고 어린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 K4리그 B팀에서 외국인 선수를 활용하고 그 선수가 K리그에 정착해서 추후 이적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자 오 위원의 반박이 이어졌다. 그는 "K리그는 현재 성적지상주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떤 감독님이 외국인 선수를 육성을 목표로 데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강등권에 위치한 팀이라면 5명 모두 즉시 전력감으로 갖춰 경기에 뛰게 할 것이다. 강등 당하면 감독 자리도 보장할 수 없는데 5명 중 1~2명의 외국인 선수를 육성한다는 말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일침을 가했다.

오범석 해설위원. ⓒ프로축구연맹

재정 문제에 대해 각자의 해결책을 제시한 인물들도 있었다. 서울 유성한 단장은 "지금은 모든 구단이 강등을 안 당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5+1을 하면 재정적 부담은 분명 있다. 그래도 돈 쓸 팀은 쓰면 된다. 재정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전북, 울산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들도 성적을 위해 외국인 선수를 적극적으로 데려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운 구단들이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선수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학범 감독은 "사실 구단에서 스카우터들에 지출하는 비용이 적다. 외국인 선수는 하나 데려오면 최소 3~40만달러(약 3억9000만원~5억2000만원)일 텐데 말이다. 한국 프로축구는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때 실패 확률이 높다. 비디오를 보든 현장에서 확인하든 속는 경우가 많다. 또한 5+1을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구단이 똑같이 돈을 쓰고 똑같이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가 없다. 스카우트에 투자해서 많은 정보를 얻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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