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온종일 내리는 장맛비는 없다

2022. 8. 12.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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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여름 장마도 불볕더위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간 끝이 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무더위와 장마, 시간은 모든 사건의 종지부(終止符)를 찍는 우주의 관인(官印)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듯, 나에게 닥친 어려운 상황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끝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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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 자신만의 역경 겪어
자기 어려움이 제일 힘겨운 법 
노자, 자연계 운동방식 말하며
“시간 지나면 비도 바람도 멈춰”  
슬픔도 기쁨도 영원한 것 없어
여유 갖고 기다리는 지혜 필요


지루한 여름 장마도 불볕더위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간 끝이 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무더위와 장마, 시간은 모든 사건의 종지부(終止符)를 찍는 우주의 관인(官印)이다.

그 이치가 어찌 이상기온과 짓궂은 날씨뿐이랴. 인간이 살면서 겪는 상처와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마침표를 찍는다. 그때는 정말 견딜 수 없었던 슬픈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으로 남고, 추억이 된다. 아무런 역경 없이 인생을 사는 것이 행복이라 하지만, 인간의 존재 방식은 이미 역경이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한 사람이라도 역경을 비켜 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만나 밤새 괴로워 잠 못 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건강이 나빠져 육체적인 어려움을 만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만나 힘들고 긴 가난의 터널을 지나가기도 한다. 드러내서 말을 안해서 그렇지 모든 인간은 제 나름대로 역경을 갖고 살아간다.

살면서 만나는 역경이 크든 작든, 그 역경을 마주한 사람들 관점에서 보면, 자신에게 닥친 그 어려움이 가장 크고 힘들다. 누구에게는 행복에 겨운 투정으로 보이더라도 당사자 처지에서 보면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다.

역경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의 존재 방식이다. 역경이 없다면 존재도 없다. 역경을 마주했을 때 중요한 것은 언젠가 역경도 끝이 난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듯, 나에게 닥친 어려운 상황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끝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라도 역경을 만나 허둥지둥할 것이 아니라 담담한 마음으로 그 폭풍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자세도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다.

노자(老子)는 자연계의 운동 방식을 말하면서, 사납게 내리는 소낙비도 휘몰아치는 회오리바람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치게 된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끝나는 것이 자연이다(希言自然·희언자연). 회오리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아침나절 계속해서 불지 않고(飄風不終朝·표풍부종조), 소낙비가 세차게 내려도 종일 내리지 않는다(驟雨不終日·취우부종일).” 이 짧은 경구의 관점에서 보면 노자에게 자연(自然)은 시간이다. 저절로(自) 그렇게(然)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처가 아물고 슬픔이 그치는 데는 시간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넘기 힘든 역경을 만나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리거나 비가 멎기를 기다리면 결국 문제는 풀리고 상황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 소나기가 나만 젖게 하려 내리는 것도 아니고, 저 바람이 나만 멀리 날리려고 부는 것 역시 아니다. 소나기와 바람은 그저 시간에 따른 자연현상일 뿐이지, 그것이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누구를 힘들게 할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쁨이 영원하지 않다면, 슬픔 또한 영원하지 않다. 최고의 시간도 순간이고, 최악의 시간도 순간이기 때문이다. 노자는 이런 깨달음을 갖고 사는 사람을 도를 품고 사는 사람(同道·동도)이라고 말한다. 도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시간을 이해하고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런 덕성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을 동덕(同德)이라고 한다.

세상의 변화는 순환(天運循環·천운순환)하여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無往不復·무왕불부). 그 순환의 고리에 붙어 있는 것이 시간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일어나는 감정 변화와 흔들리는 마음의 요동은 우리의 삶을 널뛰게 한다. 시간은 그 모든 것을 잠재우는 묘약(妙藥)이니 시간을 믿으면 모든 것이 저절로 그렇게 해결될 것이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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