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발리의 파도 위에서 지옥이 된 일터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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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낸 첫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 로 호평을 받은 이현석(사진)이 첫 장편 <덕다이브> 를 선보였다. 덕다이브> 다른>
주인공 태경은 발리의 한국인 서핑 캠프 '민스서프'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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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처란 그렇게 쉽게 아무는 것이 아니라는 듯 둘 사이에는 또 다른 오해와 반목이 불거지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책 제목이기도 한 서핑의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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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다이브
이현석 지음 l 창비 l 1만6000원
지난해에 낸 첫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로 호평을 받은 이현석(사진)이 첫 장편 <덕다이브>를 선보였다.
책 뒤에 붙인 ‘작가의 말’에는 지난 6월 작가가 <한겨레>에 쓴 칼럼 ‘스스로를 태우다’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이 칼럼에서 그는 장편소설 원고를 끝냈다며 “해양스포츠물이라는 외피를 씌웠으나 우리 시대의 노동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속내”라는 말로 새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덕다이브>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국인 서핑 캠프를 무대로 삼아 ‘태움’이라 불리는 의료계의 괴롭힘 문제를 다룬다.
주인공 태경은 발리의 한국인 서핑 캠프 ‘민스서프’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강사 초기 서핑 도중 사고를 당해 허리와 종아리에 흉터가 남은 데다 손목 통증까지 덤으로 얻었다. 에스엔에스 인플루언서 ‘민다’가 민스서프 홍보차 섭외되어 수강생으로 들어오는데, 알고 보니 그는 지난 시절 태경이 종합병원 검진센터에서 일할 때 그곳 간호사로 일하면서 태움 피해를 당했던 다영. 그의 출현은 태경으로 하여금 “방관과 동조의 경계 위에 서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고,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보아도, 결코 가려지지 않는 사실은 그것이 비겁하디비겁한 가해였다는 점.”
<덕다이브>에는 전문용어를 곁들인 서핑의 사실적인 묘사가 풍성하다. 실제로 발리에서 서핑을 즐기곤 했다는 작가 자신의 경험을 엿볼 수 있다. 그와 함께, 현직 의사로서 의료 현장에서 목격한 태움의 실상이 소설의 문제의식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사람을 연료로 태워가며 돌아가는 이 해괴한 곳”이란 다영이 태움 피해를 입었던 병원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그 병원만은 아닐 것이고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수많은 노동 현장에 두루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태경이 보기에 다영은 “가혹함에 쓰러져 버리는 대신 끝내 회복하여 삶으로 복귀한 사람”이다. 소설 중반부에서 태경과 다영이 하나의 파도에 올라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장면은 이들이 과거의 상처를 딛고 하나가 된 현실을 상징한다. 그러나 상처란 그렇게 쉽게 아무는 것이 아니라는 듯 둘 사이에는 또 다른 오해와 반목이 불거지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책 제목이기도 한 서핑의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두 주인공은 과연 마지막 파도의 시험을 통과할 것인가.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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