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3불 1한 '선서'→ '널리 알린다'로 한발 물러선 중국, 왜?

정승임 입력 2022. 8. 1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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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파국 막겠다' 의지 해석
"1한의 의미 불분명"..암초 곳곳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 3월 5일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가 개막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전 우리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와 관련해 "3불(不) 1한(限)을 선서(宣誓)했다”고 주장한 중국이 돌연 ‘선시(宣示)’로 표현을 고치며 한발 물러섰다. ‘널리 알린다’는 뜻의 선시는 ‘공개적으로 맹세하다’는 선서보다는 한층 순화된 개념이다. 윤석열 정부가 사드 배치는 안보주권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기존 사드 3불에 1한까지 고집했다가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흐르는 게 중국도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들어 양국 관계를 가로막았던 건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ㆍ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참여ㆍ한미일 3각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둘러싼 해석이었다. 중국은 사드 3불을 한국이 약속했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정부는 협의나 조약이 아닌 전임 정부의 입장일 뿐이어서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우리 정부가 '이미 배치된 사드운용 제한'(1한)도 약속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11일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전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왕원빈 대변인의 브리핑 질의응답록의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 1한의 정책 선서를 정식으로 했고”라는 대목을 “정책 선시”로 고쳤다. 영문 발언록에도 해당 대목을 ‘공식 발표’라는 의미의 ‘officially announced’로 표기했다. 정확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의 문제 제기에 따른 수정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사안과 관련해 (중국 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왕 대변인의 ‘문제적 발언’은 10일 방중을 마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나왔다. 특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사드가 양국관계 걸림돌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공감한 지 하루 만에 말이 달라진 것이라 파장이 컸다. “중국 측도 3불이 합의라기보다는 양해 정도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담 총평을 내놓았던 우리 정부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3불’을 무마하려다 ‘1한’이라는 혹을 달고 온 셈이 됐기 때문이다. 8월 중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 기지의 정상화를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 1한은 수용 한도를 넘어선 요구이기도 하다.

중국이 하루도 안 돼 서둘러 진화에 나서면서 5년 전 ‘사드 보복 사태’ 때처럼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끌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1한 언급' 의도와 관련해 "정례브리핑 때 나온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칩4’(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대화) 등 미국의 대중국 견제 행보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중국이 과거처럼 한국을 내치기 어렵다는 사정이 감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가 우리의 안보주권과 직결됐다는 우리 입장에 대한 중국의 이해도가 과거보다 올라갔다고 보인다”며 “앞으로 신설될 차관급 외교안보(2+2) 대화에서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한 소통이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8일 베이징의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 AFP=연합뉴스

다만 1한이라는 새로운 뇌관이 던져진 만큼 암초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중국이 언급한 1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명확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임시 배치된 사드의 정식 배치 움직임을 문제 삼는 건지, 레이더의 작동 범위를 말하는 건지 애매한 만큼 중국이 향후 문제 제기를 할 부분도 많아질 것”으로 봤다. 윤석열 정부가 일반환경영향평가에 속도를 내 경북 성주 사드 기지가 정상화될 때를 전후해 어떤 식으로든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드에 대한 후퇴는 올가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앞둔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권위에 손상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중국으로선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이슈”라며 "중국 프레임에 함몰되지 않도록 우리의 입장을 일관되고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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