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땅 절반 빗물 흡수 못하는데.. 저류조는 32곳뿐

원다라 2022. 8. 1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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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불투수율 52%.. 빗물받이 등 보완책 시급
강남·서초 지하시설 많아 터널 공간 부족할 수도
빗물터널 완공에 10년.. "배수체계부터 손봐야"
8일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들이 물에 잠겨 있다. 뉴스1

서울시는 10일 침수 피해 대책을 여럿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1조5,000억 원을 들여 강남역 등 서울 저지대 6곳에 시간당 95~100㎜의 폭우도 감당할 수 있는 빗물저류배수시설, 이른바 '빗물터널'을 만들겠다는 대책이다. 하지만 터널 완공까지는 적어도 10년이 걸린다. 폭우는 예고 없이 쏟아지는 만큼, 지금 당장은 ‘배수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절반, 빗물 안 스며드는데... 저류조 32곳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도림천 상류 저류조. 2014년 완공됐다. 서울시 제공

11일 재난 전문가들에 따르면 빗물터널이 수해예방의 만능키는 아니다. △빗물저류조 확충 △물받이 등 배수시설 보완 △투수율 관리 등 보강이 필요한 대책이 수두룩하다.

현재 서울시가 설치ㆍ운영 중인 빗물저류조는 32곳이다. 저류조는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릴 경우 하수관에 들어가기 전, 물을 일시 보관해 천천히 내보내는 시설이다. 2010~2011년 수해 당시 시는 2017년까지 41곳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도 관악구에 한 곳 더 설치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노면에 고인 물을 하수관으로 옮기는 빗물받이 부족과 노후화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 현재 서울에는 약 55만7,000개의 빗물받이가 있다. 서울시 정책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서울연구원이 펴낸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강남구의 도로 면적(㎢)당 빗물받이 개수는 4,047개로 전체 25개 자치구 중 3번째로 적었다. 서초구 역시 4,100개로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지역 모두 상습 침수 피해를 겪는 곳이다.

개수만 부족한 게 아니라 30년 넘게 쓴 빗물받이가 전체의 63.2%를 차지했다. 서울연구원 측은 “노후화가 반드시 물고임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파손, 성능 저하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투수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도 꾸준히 나왔다. 불투수율은 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는 정도를 말한다. 서울의 불투수율은 최근 들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1962년 7.8%에 불과했던 것이 2020년엔 52%까지 치솟았다. 부산(27%), 광주(24%)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치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인 도심은 불투수율이 86%에 달하는 곳도 있다. 역시 강남구가 불투수 면적도 가장 넓다. 전체 39.5㎢ 가운데 22.45㎢(56.8%)가 불투수 지대다. 빗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고 노면에 머물면 당연히 침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물을 잘 흡수하는 도로를 많이 깔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예산·지반 여건 등 빗물터널도 난제 수두룩

서울 양천구에 있는 신월빗물터널.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10년에 걸쳐 완공하겠다는 빗물터널도 시간을 두고 성사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예산은 물론, 지반 상황에 따라 설치가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이번에 톡톡히 역할을 한 신월빗물터널이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됐지만, 2020년에서야 가동이 됐다. 시가 2011년 당초 계획한 7개의 빗물터널 중 완공된 곳도 신월빗물터널이 유일하다.

당시 빗물터널 사업을 기획ㆍ추진한 고인석 전 서울기술연구원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예산 확보가 어려워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를 설득해야 했다”며 “결국 돈 문제 때문에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양천구에 우선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탄을 마련하더라도 지반이 물러 터널 설치가 불가능하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강남ㆍ서초구에는 이미 많은 지하시설이 있어 터널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고 전 원장은 “엄청난 양의 물이 터널로 유입되면 충격도 어마어마하다”면서 “신월터널도 충격파를 실험하는 시뮬레이션을 거쳐 공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빗물터널을 확충하면서, 불투수층도 최소화해 빗물이 자연스럽게 지하로 스며들 수 있도록 배수 시스템 점검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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