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장 기업 '물적 분할' 소액 주주 피해 더는 없어야

조선일보 2022. 8. 12.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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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母子)회사 동시 상장한 기업집단

SK, LG, 카카오 등 대기업에 이어 DB그룹 등도 상장 계열사의 핵심 사업 부문을 떼내 별도 자(子)회사를 만드는 ‘물적 분할’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물적 분할로 기업 가치가 희석된 모(母)기업 주가가 폭락하니 소액 주주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물적 분할이란 기업들이 영위하는 여러 사업 부문 중 추가 투자 필요성이 큰 사업을 따로 떼어내 자회사로 만들고 별도 상장해 새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말한다. 잠재력·성장성이 큰 사업 부문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데 유용한 구조 조정 수단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액 주주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모기업 대주주들은 경영권과 지분을 그대로 유지한 채 막대한 새 투자금이라는 이익을 누리는 반면 소액 주주들은 주식 가치 희석에 따른 주가 하락 손실을 떠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 물적 분할을 둘러싼 논란은 2020~2021년 증시 호황기에 SK와 LG그룹이 SK이노베이션,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를 떼어 내 SK온, LG에너지솔루션 자회사를 만들면서 본격화됐다. 카카오도 게임, 웹툰, 온라인 쇼핑 사업을 분리해 별도 자회사를 만들어 신규 투자금을 대거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물적 분할 후 이들 모기업 주가는 20~50%씩 추락했다. 소액 주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이 제도는 한국의 주식 가치가 국제 기준에 비해 훨씬 낮게 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물적 분할 때 모기업 소액주주들에게 물적 분할 자회사 주식에 대한 매수 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할 경우 모기업 소액 주주에게 자회사 공모주의 50~60%를 강제 배정하는 선진국 사례를 본뜬 정책이다. 그러자 새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물적 분할을 서두르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서두르는 동시에 과도기를 틈탄 일부 기업의 급행 물적 분할 시도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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