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략포교에 레드카드 꺼낸 대법.. "배상 책임은 없다"?

최경식 2022. 8.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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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소속과 신분을 숨기고 교리를 전파해 입교시키는 신천지의 '모략포교'에 대해 대법원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사회적 상당성'이라는 애매한 기준을 내세워 신천지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아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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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일부 파기 환송 논란
"종교 선택 자유 상실케 하면 불법.. 모략포교 사회적 비난받을 행위"
대법원이 상대방의 종교선택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의 선교행위는 불법이라고 최초로 명시했다. 사진은 2020년 3월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제2차 청춘반환소송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제공


자신의 소속과 신분을 숨기고 교리를 전파해 입교시키는 신천지의 ‘모략포교’에 대해 대법원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사회적 상당성’이라는 애매한 기준을 내세워 신천지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아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1일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신천지 탈퇴 신도 3명이 신천지 지역교회와 교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선교행위가 정도를 벗어나 그 목적과 방법에 있어 사회적 상당성을 잃고 상대방의 종교선택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에 이른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선교행위도 일정한 조건에서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인정한 것이다. 사회적 상당성 여부는 선교행위의 목적과 방법 내지 수단 등을 고려해 정당한 범위를 벗어났는지에 따라 판단한다고 재판부는 적시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원고에게 신천지 소속이 아닌 다른 교단 신도라고 속인 행위는 사회적·윤리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위”라며 신천지 포교 방식을 직접 겨냥했다. 이와 관련해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제한된 정보나 정체를 감추면서 포교한 것이 사회적 통념이나 민사법상 위법하다는 것을 적시했기 때문에, 이번에 대법원에서 신천지의 포교활동에 강력한 레드카드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들이 교육을 받던 중 신천지 신도들로부터 그 교리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고 강압적 요소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신천지 교회나 교인들의 선교행위가 정당한 범위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은 원고 A씨와 B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각 5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도 다수 교인이 조직적·계획적으로 선교하면서 다른 교회 소속인 것처럼 속이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 교육을 중단하기 어렵게 한 건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와 교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판사출신 이은경 변호사(법무법인 산지 대표)는 “대법원은 법률심인데 1심과 2심 하급심에서 사실로 인정한 것을 파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신천지가 포교를 함에 있어 민사상 하자가 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하면서도 결국 불법행위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탁 교수는 “종교적으로 보면 분명히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 상황을 교묘히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에 의한 세뇌로 보이는데, 실정법상으로 이것을 입증할 수 없으니 해당 판결이 도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천지에 대한 ‘청춘반환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재판부를 맹비난했다. 그들은 “종교사기 피해자들과 피해가족들은 종교사기로 인한 국민의 울부짖음에 아직도 부응하지 못하는 이 나라 사법부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사회질서의 혼란을 야기하는 종교사기에 대해 확실한 처벌과 대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시금 신천지 모략포교의 문제점을 적극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교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신천지의 포교 방식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포스트코로나 시기에 다시 살아나고 있는 신천지의 포교에 미혹되지 않도록 문제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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