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4] 중국 진면목

사대기서(四大奇書)의 하나인 ‘서유기(西遊記)’를 읽을 때 개인적으로 눈에 가장 많이 걸리던 글자는 ‘변(變)’이다. 주인공 손오공(孫悟空)이 서역으로 나아가다 마주친 요괴(妖怪)들을 물리칠 때 늘 외치던 글자다.
더 강한 존재로 변신해 상대인 요괴를 제압하고자 그가 입에 달고 다니던 글자다. 아울러 손오공은 무궁무진한 변신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 능력을 ‘72변’으로 부르고, 일행인 저팔계(豬八戒)는 ‘36변’으로 적는다. 요괴들 또한 변신술의 쟁쟁한 실력자들이다.
책에 숱하게 등장하는 이 ‘변’이라는 글자는 풍파(風波) 잦았던 세상의 수많은 변수(變數)를 잘 헤아려야만 했던 중국인의 심정적 맥락을 담았을 듯하다. 아울러 상대를 누르고자 눈속임을 포함해 기만(欺瞞)이 주조(主調)를 이뤘던 전통적 중국 병법(兵法) 사고의 반영일 수 있다.
따라서 속임수에 당하지 않기 위해 대상의 ‘본래 모습’에 주목하는 습속 또한 중국에서는 발달했다. 자주 쓰이는 말은 우선 진면목(眞面目)이다. 본래 불가(佛家)의 화두였으나 이제는 ‘꾸며지지 않은 진짜’의 뜻이다. 유명한 홍콩 누아르 ‘영웅본색(英雄本色)’의 ‘본색’ 또한 마찬가지의 흐름이다.
무언가로 가렸다가 결국 들통이 나는 상황을 일컫는 말도 풍부하다. 성어 원형필로(原形畢露)는 모습이 다 까발려진 경우다. 물이 말라 바위가 드러난다는 뜻의 수락석출(水落石出)은 숨겼던 진상(眞相)이 죄다 밝혀질 때다. ‘마각을 드러내다(露出馬脚)’도 흉측한 의도와 실체가 알려지는 상황을 지칭한다.
개혁·개방으로 화려한 변신을 거듭했던 중국이다. 그러나 이제는 물이 말라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는 계절을 맞았기 때문일까. 힘을 쌓은 중국의 ‘원형 회복’ 흐름이 거세다. 대만을 군사력으로 마구 밀어붙이는 중국의 요즘 얼굴이 그 진면목일까 싶어 세계의 관심이 아주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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