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ETF가 대세.. 개미들 작년 국내보다 3배 더 샀다

순매수 1~6위 모두 해외주식형

지난해부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 해외 주식형 상품을 더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식형 ETF는 국내 주식형 상품과 달리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하는데, 연금 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해외 주식형 ETF를 7조3602억원 순매수했다. 국내 주식형(2조5551억원)의 3배 가까운 규모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도 해외 주식형 순매수 금액이 2조7186억원으로 국내 주식형(1조3461억원)의 두 배 수준이었다. 2020년에는 국내 주식형 순매수 금액이 3조9987억원으로 해외 주식형(9438억원)의 4배가 넘었는데, 지난해부터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ETF 투자도 해외 주식이 대세

해외 주식형 ETF에 대한 관심은 2020년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 투자 열풍과 함께 커졌다. 특히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주식형 ETF가 국내 주식형 ETF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6위 상품이 모두 해외 주식형 ETF였는데, 모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이었다. 순매수 1위인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는 개인 투자자들이 2조400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주로 중국 배터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최근에는 국내가 아니라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크게 늘어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서학 개미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나스닥 3배 레버리지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를 21억441만달러(약 2조7400억원) 순매수했다. 순매수 금액이 테슬라(20억373만달러)보다 많다. 이 ETF 한 종목의 순매수 규모가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모든 해외 주식형 ETF 순매수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권오성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마케팅부문 대표는 “올 들어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를 투자 기회로 삼고자 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국내에는 없는 3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에는 2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만 허용된다.

◇연금 계좌로 투자하면 절세 효과

해외 주식형 ETF는 연금 계좌로 투자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국내 주식형 ETF는 분배금(ETF의 배당)에 대해서만 배당소득세를 내면 되지만, 해외 주식형 ETF는 분배금 외에 매매 차익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계좌로 투자하면 당장은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고, 나중에 받는 연금에 대해서만 3.3~5.5% 연금소득세를 내면 된다.

또한 개인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경우 한 해 최대 700만원까지 납입 금액에 대해서는 13.2%의 세액공제(총 급여 55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는 16.5%)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세액공제 한도는 IRP 단독으로는 최대 700만원이다. 개인연금은 최대 400만원(총 급여 1억2000만원 초과 시 300만원)이고, IRP와 합쳐서 최대 700만원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이러한 세액공제 한도를 최대 900만원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일부 ETF는 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없다. 개인연금계좌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에 투자할 수 없고, 퇴직연금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와 선물 ETF 투자가 불가능하다. 또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주식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ETF에 전체 납입 금액의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나머지 30%는 주식 비중이 40% 이하인 ETF로 채워넣을 수 있다.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 선진국 주식에 30%, 국내 채권에 70% 투자하는 KODEX TRF3070이나 미국 나스닥 100 지수 구성 종목에 30%, 국내 채권에 70% 투자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TR채권혼합Fn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