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추락 막을 그물 설치.. 저지대 건물-역에 차수판 의무화를"
전북-충청, 시간당 100mm 폭우.. 수도권 이어 침수
전국 폭우 사망 12명-실종 7명
정부, 특별재난지역 선포 착수
수도권 등에 폭우를 내렸던 비구름대가 11일 남하하면서 충청과 전북을 중심으로 건물과 도로 곳곳의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시간당 강수량이 100mm를 넘은 전북 군산시는 시내 주택과 상가 등에서 비 피해 신고가 181건 접수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자는 12명, 실종자는 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강원 춘천에서 급류에 휩쓸렸던 70대 여성과 서울 서초구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됐던 40대 남성은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는 이날 수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이재민에게는 최장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이재민 1인당 최대 3000만 원의 긴급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 건강보험료와 통신비, 전기료 감면 등도 추진한다.
12일 오전까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10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11일부터 12일 오전까지 예상 강수량은 전라 20∼70mm, 충청, 경상, 제주 5∼40mm다. 12일 오후 날이 개겠지만 13일부터 다시 중부지방과 전라, 경북 일부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 “물폭탄 대응 당장 이것부터”
저지대 지하철역 차수판 별로 없어
판 더 설치하고 높이도 상향을… 맨홀 수압 덜게 구멍 많이 뚫어야
빗물 잘 스며드는 ‘투수 블록’ 쓰고 산사태 위험지역, 2m 보호벽 필요
서울시가 10일 빗물터널 추가 건설과 강우 처리 능력을 시간당 100mm 이상으로 늘리는 등 장기적 대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시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저지대 차수판 설치 의무화해야
일반 빌딩 역시 대부분 차수판이 설치돼 있지 않은 탓에 이번 폭우처럼 지하 주차장에 차를 살피러 갔다가 아까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가 있었던 서초구 등이 건물 신축 시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기존 건물에 대한 설치 유도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모든 곳에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는 없지만 저지대만이라도 지하철역 등을 중심으로 차수판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하고 차수판 높이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빗물받이 등도 평소 이물질이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맨홀 그물망 등 안전장치 마련해야
폭우 때면 ‘거리의 지뢰’로 돌변하는 맨홀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맨홀 뚜껑은 무게가 40∼160kg인데 집중호우 때 관로 내부 수압이 높아지면 위로 튕겨 나갈 수 있다. 현재 서울시 상하수도 등이 지나는 맨홀은 총 62만4318개에 이른다.
먼저 맨홀 뚜껑이 떨어져 나갈 소지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폭우 시 맨홀이 받는 수압을 덜도록 구멍이 한 개가 아니라 많이 뚫린 맨홀을 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맨홀 주변에 가지 않는 것이 좋지만 침수 땐 위치를 알 수 없는 만큼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성일 대도시방재안전연구소장은 “배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맨홀 뚜껑 아래 안전 그물망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전 그물망은 보통 관로 공사를 할 때 작업자 추락 방지를 위해 설치되는 그물이다. 이 그물을 맨홀 뚜껑 아래에 설치해 놓으면 유사시에도 보행자가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투수 블록 늘리고 산사태 보호벽 세워야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보행로, 공원, 건물 주차장 등에 물이 잘 스며드는 투수 블록이나 잔디 블록을 깔면 상대적으로 하수로 몰리는 물의 양은 줄게 돼 있다”면서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투수 블록과 투수 콘크리트를 사용해 투수 면적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투수 블록을 깔면 덤으로 토양 생태환경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산사태 위험지역의 경우 보호벽을 세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 바로 아래 주택이 있는 지역에 2m 높이의 철근 콘크리트 보호벽을 만들면 유사 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대규모 산사태를 제외하면 대체로 쓸려 내려오는 흙의 두께가 1m 미만이기 때문에 그 정도면 흙 무게를 견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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