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선택적 동맹, 글로벌 협력 기구의 실종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이사 2022. 8. 1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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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재무장관 회의도 빈손으로 끝났다.

회원국을 대거 교체해 다시 이름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글로벌 조정기구가 아니라 반쪽 짜리 '진영 내 조정기구'에 그칠 것이다.

미국은 또 지난 6월 초에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경제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십구상'(APEP)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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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조 전 KB증권 대표이사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재무장관 회의도 빈손으로 끝났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느슨한 해법'이나마 기대한 지구촌에 실망만 안겨줬다.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이후 본격화한 신(新)냉전 구도만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신냉전 체제는 종전과 여러모로 결이 다르다. 공조 의지도 희미하고 내부 조율 메커니즘도 없다. '가치진영'이라고 하지만 각자도생의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뒤섞였다. 자국 이기주의에 따른 '선택적 동맹'에 불과해 보인다.

선택적 동맹과 혼재된 진영고착은 이미 그 부작용을 노출했다. 미국-중국 패권경쟁과 전염병 대유행 시부터 약화된 국제공조 시스템은 이제 소멸단계에 접어들었다. 세계 무역을 주도하는 양대 강국이 무역전쟁을 노골화할 때도 세계무역기구(WTO)는 구경만 했다. 백신·의료장비 등 수출제한 조치가 이뤄지는 때도 마찬가지였다. 만장일치에 발목 잡혀 국제기구로서의 존재감을 스스로 파괴해버렸다. 올해 들어 26개국이나 식량과 비료에 대해 수출금지나 인가제를 시행했지만 WTO가 이를 해결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G7은 물론이고 G20도 이제 국제경제 조정 메커니즘으로서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 차이로 G20는 이미 무력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원국을 대거 교체해 다시 이름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글로벌 조정기구가 아니라 반쪽 짜리 '진영 내 조정기구'에 그칠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G20 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인도네시아,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중국은 '중립'을 표방했다. 이들 국가는 국제공조에 관심이 적어 보인다. G7이 제안한 식량위기 해소방안을 인도 등은 거부하면서 오히려 식량·비료수출을 금지해버렸다.

글로벌 공조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미국은 여러모로 애쓰지만 쉽지 않다. 미국은 한국, 일본, 인도 등과 협력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했다. 미국은 또 지난 6월 초에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경제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십구상'(APEP)을 제안했다. 그러나 브라질, 멕시코는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를 배제한 이유로 회의를 보이콧했다.

글로벌 공조기구가 분절화되고 사라지는 것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양자외교의 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다자외교 채널을 최대한 가동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 공공재로서 글로벌 조정기구를 복원하는데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첨단기술 역량을 갖춘 무역 대국이면서도 국제정치적 레거시가 가장 적은 나라다. 한국은 G7에 초청된 나라면서 G20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온 중강대국(middle power)로서 더이상 국제정치 무대의 신참자가 아니다. 중간조정 역할을 하기에 명분과 역량이 충분한 나라다. 무엇보다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을 복원하는 것은 바로 우리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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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조 전 KB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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