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주택규제 완화, 낮은 지지율이 변수되나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입력 2022. 8. 12. 00:28 수정 2022. 8. 1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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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형 공급 확대 내주 발표
세제 개편 이어 부동산 대폭 손질
재건축 활성화 등 문 정부 뒤집기
긍정 여론 형성이 성패의 관건
여소야대 국회서 협치 여부 주목
정권마다 정책 바뀌면 효과 적어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경고등 켜진 '부동산 정상화'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1. “내린다고 하지만 오른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여서 여전히 내 집 마련이 아득합니다.”

서울 강북에 사는 40대 김모씨의 푸념이다. 김씨가 2년 전 7억원에 전세 계약한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 가격이 당시 14억원이었다. 이후 실거래가가 17억 넘게 올랐다가 지난 6월 16억원으로 1억원가량 내렸다. 김씨는 “16억원이라고 해도 2년 새 2억원 올랐는데 그사이 모은 돈으로 어림도 없고 15억원이 넘어 대출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상화'를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 정부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세제가 골격을 갖췄고 주택공급 확대 대책이 16일 발표될 예정이다. 여소야대 국회와 대통령 지지도 하락 속에서 제도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잠실 아파트 단지. 뉴시스

#2. 급등한 집값을 디딤돌 삼아 집을 갈아타려던 박모씨도 고개를 저었다. 한강변 아파트 59㎡에서 84㎡로 옮기려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7년 전 자금 사정으로 84㎡ 대신 59㎡를 샀을 때 가격이 각각 8억원과 6억원으로 2억원 차이 났다. 지금은 21억원과 16억원으로 격차가 더욱 벌어진 데다 추가 비용도 만만찮다. 박씨는 “집을 팔고 사는 데만 들어가는 비용이 양도세·취득세·중개보수 등 2억원 정도여서 7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세가 꺾여 약세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집값은 여전히 ‘비정상’이다. 일부 단지의 실거래가 억대 하락에도 통계상으론 하락세가 미미하다. 집값은 땀 흘려 일하고 상식적인 재테크로 모은 돈으로 마련할 범위에서 한참 멀어져 있다. 지난 1분기(1~3월) 기준으로 국민은행이 서울에서 자사의 아파트 담보대출을 이용한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집값(PIR)을 분석한 결과 14.5로 역대 최고다. 지금 월급 기준으로 14년 반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을 살 돈을 모은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2분기(4~6월) 8.8에서 슬금슬금 2019년 10선으로 올라선 뒤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해 2020년 12를 초과했고 올해 14를 넘어섰다. 문 정부 동안 소득이 7.2% 늘었는데 집값은 10배가 넘는 76.1% 뛰었다.

주택시장 과열은 국가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금액 대비 주택 시가총액이 문 정부 이전까지 2.3배 정도에서 지난해 3배를 넘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월급을 모아 도저히 집을 살 수 없고 집값 평가액이 경제 생산 규모의 3배가 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문 정부 정책 거꾸로 세우기

‘부동산 정상화’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잇따라 발표하는 주택 정책이 시장 정상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윤 정부는 대통령 공약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정상을 가져온 문 정부 정책을 뒤집어 거꾸로 세우고 있다. 징벌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세제부터 손댔다. 1주택자보다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다주택자 중과를 풀어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를 1년간 중지시켰다.

일정 금액을 초과한 고액 부동산 소유자에 매기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기본 틀도 해체한다. 지난달 2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를 없애고 세율을 2019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전년도에서 늘어날 수 있는 세금 한도를 정한 세 부담 상한을 다주택자도 1주택자와 같은 150%로 조정한다. 공약 중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 폐지와 종부세·재산세 통합, 취득세 완화 등이 남아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순위 주택 공약이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종합 대책이 오는 16일 발표된다. 물량 등 꽤 자세한 내용을 담은 공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문 정부와 두드러진 차별화를 보일 게 공급 방식과 주체다. 공공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공공택지보다 1기 신도시 등 도심 민간택지 개발에 포인트를 둔다. 집값 자극을 우려해 문 정부에서 금기시했던 재건축 규제 완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윤 대통령은 공약에서 임기 5년간 250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고, 이중 100만 가구 이상을 재건축재개발 47만 가구를 비롯해 도심에 짓기로 했다. 분당 등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해 10만 가구 넘게 공급한다.

재건축 규제 완화 대상이 ‘3대 규제’로 꼽히는 안전진단·분양가상한제·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부담금) 등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을 막고, 가격을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는 사업성을 떨어뜨리며, 초과이익환수제는 사업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고 분양가를 낮춘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 주택 계획도 공약에 포함돼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민간 주도 복합개발도 주택공급확대 대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입법 패스, 시행령 개정 가능

그런데 이제 출발하려는 윤 정부 주택정책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대통령 리스크’다. 주요 정책이 법률 사항이어서 국회를 넘어야 완성된다. 그렇지 않아도 여소야대 국회여서 녹록지 않은데 선거 승리 기세를 몰아 새 정부 정책 추진의 큰 힘이 되는 대통령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안 통과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현재 국회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있다. 재적 300석 중 180석을 차지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100여석이다. 야당이 투표에 참석해 반대하면 법 통과를 할 수 없다. 새 정부가 정책을 실현하려면 야당과 협치가 관건이다. 하지만 협치만으로 부족하다.

협치의 사전적 의미는 ‘여당과 야당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해 중요 현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당리당략에 따른 ‘밀당’(밀고 당기기)으로 이뤄낸 협치의 결과는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 협치마저도 쉽지 않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 하락에 반비례해 야당 목소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과 세제와 같은 다주택자 규제와 분양가 제한, 재건축부담금 등 개발이익 환수는 야당이 양보하기 힘든 본질적인 주택 정책이다.

다수 여당이 뒷받침했던 이명박 정부도 처음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양도세 다주택자 중과 등 폐지를 발표했지만 야당이 반대하자 폐지가 아닌 완화·유예 등으로 우회했다. 야당 반대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야당을 배제하고 국회를 열면 된다. 국회를 통해 법을 바꾸지 않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 등 ‘꼼수’로도 얼마든지 효력을 낼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행령에 명시된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중 재산세·종부세 계산에 반영하는 금액 비율)을 확 낮추면 법 개정으로 세율을 낮추는 이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윤 정부는 올해 1주택자 재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각각 60%에서 45%로, 100%에서 60%로 인하했다. 문 정부는 공시가격을 올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여 세금을 급격히 늘렸다.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규제지역인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풀면 양도세·종부세·취득세 다주택자 중과를 상당 부분 무력화한다. 투기과열지구를 풀고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해제하면 분양가 규제가 사라진다. 다만 재건축부담금은 대부분 법에 규정돼 있어 정부가 임의로 약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나쁜’ 규제보다 못한 일방적 정책

하지만 일방적인 독주는 ‘나쁜’ 규제보다 시장에 더 치명적인 독약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판이 바뀌면 뒤집어질 것이기 때문에 기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동안 반복돼온 일들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종부세·양도세 중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부담금 등이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대폭 완화되거나 유명무실해졌다. 이후 문 정부가 다시 강력하게 되살렸다.

대부분 야당이 반대한 국회에서 여당이 일방적인 표결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2017년 12월 “정회하고 재협상하게 해 주십시오” ”반대하는 사람도 국민입니다” “이게 바로 독재입니다” 등을 외치는 야당의 반대 속에 여당만의 표결로 양도세 다주택자 중과가 도입됐다. 정권이 바뀌자 4년여 만에 국회가 아닌 대통령·장관 등이 참석하는 국무회의에서 한시적이나마 무효가 됐다.

주택시장은 공급·매매 등을 통해 5~10년 이상 걸리는 긴 사이클로 돌아가는데, 정책이 이보다 훨씬 짧은 간격으로 급변하면 시장이 교란될 수밖에 없다. 급락·급등 몸살을 앓는다. 국민의 재산권이 달린 주택시장은 대통령 입맛 따라 바뀌는 정책 실험장이 아니다.

지난해 인터뷰했던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의 말이 되살아난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이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신을 키웠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본 틀은 달라지지 않는 일관된 정책이 중요하다.”

윤 정부는 공약이나 발표한 주택정책을 액면 그대로 고집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의견을 듣고 야당과 합의해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 야당도 참여해 헌법을 바꾸는 데 필요한 요건인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한 주택정책을 만드는 국회를 보고 싶다. 그 정도는 돼야 대통령·여야가 달라져도 변함없이 오래 가는 주택정책이 탄생할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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