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제징용 현금화 임박, 대법원이 외교로 해결할 시간줘야

입력 2022. 8. 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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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앞날을 결정지을 강제징용 배상건에 대해 대법원이 용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현재 대법원 민사3부는 일제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한 2심 판결에 불복해 미쓰비시가 재상고한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 만약 대법원이 심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사건 접수 후 4개월째 되는 19일까지는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는 곧 전범기업 자산에 대한 현금화 절차 개시를 의미한다. 자산 강제 매각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일본이 구경만 하고 있을 리 없다. 자국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보복 조치를 들고나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결국 보복이 보복을 낳는 악순환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가 "양국 기업들이 수십~수백조 원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현금화 절차 동결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나선 이유다.

무엇보다 북핵·중국 견제 등 한·미·일 3국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외교부가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감안해달라'며 의견서를 제출해 '사법 자제'를 요청한 건 너무도 당연하다. '절대 지지 않겠다'며 죽창가를 외치고, 반일몰이 선동이나 하던 전 정권은 이 같은 사법 자제 요청을 사법농단으로 몰아가기만 했을 뿐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한 게 아무것도 없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외교·안보 사안에 관한 한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 의견을 사법부가 최대한 존중하는 게 정상이다. 국익을 위해서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외교·안보 국익을 감안한 사법 자제는 오랜된 관행이다. 한일 국민 모두가 양국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전경련이 실시한 '한일 국민 인식조사'를 보면 양국 정부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한일 답변이 각각 86%, 68%에 달했다.

대법원은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되고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일인지 심모원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합리적인 해법을 도출할 수 있도록 외교의 시간을 마련해주는 차원에서 대법원이 사법 자제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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