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홈플러스 저가 치킨에 bhc 어쩌나..MBK파트너스 '딜레마'
홈플러스 '미끼상품' 인기…한 지붕 bhc 점주들은 '울상'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가 최대주주로 있는 유통업체 홈플러스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hc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홈플러스가 치킨을 6000원 대에 공급해도 이윤이 남는다는 입장을 낸 것이 MBK파트너스라는 한 지붕을 공유하고 있는 bhc를 저격하는 꼴이 됐다.
◆ '갓성비' 홈플러스 당당치킨, 32만 마리 팔렸다
최근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은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12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판매를 시작한 당당치킨은 이달 10일까지 32만 마리가 넘게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1분에 약 5마리씩 판매된 셈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 간 온라인 '치킨' 키워드 검색량은 전월 동기 대비 1036% 증가했다.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 간 '당당치킨' 키워드 검색 순위는 전주 17위에서 1위까지 단숨에 올랐다. 검색량도 전주보다 487% 늘었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의 경쟁력은 단연 '가격'에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교촌치킨‧bhc‧BBQ 등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황.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 갑(甲)' 치킨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bhc의 경우, 대표 메뉴인 '해바라기 후라이드'는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뿌링클 콤보' 등 콤보류와 '레드킹 윙', '맛초킹 윙' 등 윙류는 1만8000원에서 2만 원으로 가격이 조정된 상태다. 배달비까지 더하면 치킨 한 마리에 2만 원 중반대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 '치킨런'에 호평도 수두룩…"많은 관심 바란다" 홈플러스 '빵긋'
현재 블로그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소비자들의 당당치킨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것)' 후기가 줄을 잇는다. "프랜차이즈 치킨 못지 않다", "가격이 굉장히 저렴한데도 양이 은근히 많다",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으면 어지간한 프랜차이즈 치킨점보다 낫다", "프랜차이즈가 주로 쓰는 10호 닭보다는 크기가 작고 육즙도 적지만 가격 대비 양이 많고 맛도 좋다"는 등 호평이 수두룩하다.
적자로 고전 중인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의 예상치 못 한 흥행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5년 10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몸집이 계속해 쪼그라들며 '아픈 손가락'이라는 평가를 들어 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회계연도(FY) 20/21(2020년 3월 1일~2021년 2월 28일) 기준 홈플러스의 매출은 6조9662억 원 수준이다. FY 21/22(2021년 3월 1일~2022년 2월 28일) 들어서는 온라인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됐고, 기업형슈퍼마켓(SSM) 부문도 역성장했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도 당당치킨 인기에 따른 매출 증가를 반길 수밖에 없다. 자산 유동화를 위해 홈플러스 점포 매각을 실시하고, 반복되는 노사 간 갈등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는 와중에 당당치킨이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셈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어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신선한 닭을 들여오고 있다"며 "고물가 시대에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마련한 제품으로 맛감자 토핑까지 추가해 푸짐하게 구성한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 MBK파트너스 한 지붕 두 가족 '불협화음'
다만 MBK파트너스 입장에서 다른 손가락인 투자처 bhc를 고려하면,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의 대결 구도가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12월 박현종 bhc그룹 회장과 엘리베이션PE가 글로벌 PEF 로하틴그룹으로부터 bhc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과 컨소시엄을 꾸려 투자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와 OTTP는 당시 1482억 원을 전환사채(CB)에 투자했고, 2020년 말 CB 물량을 전환상환우선주(RCPS)로 바꾼 뒤 곧바로 이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엘리베이션PE가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에 나서자 MBK파트너스와 OTTP는 약 4200억 원을 추가로 투자, 지분율을 기존 53.6%에서 58.9%로 높인 상태다.
저가를 내세운 당당치킨의 흥행 속 bhc 점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더욱이 홈플러스 측에서 "치킨을 6990원에 팔아도 이윤이 남는다"고 언급하며 bhc 점주들을 포함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불만은 고조됐다. 한상인 홈플러스 메뉴개발총괄이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모지'와의 인터뷰에서 "(치킨을 팔아도) 안 남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 박리다매이긴 하지만 손해 보면서 장사하는 건 아니다"라고 하자, bhc 등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누구한텐 목숨이 걸린 생업이니 제발 정의로운 척하지 말라"는 등 울분을 토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소재 bhc 점주는 "bhc는 성분과 품질이 동일한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필수 거래품목으로 지정, 다른 업체보다 60% 비싼 가격에 판 것으로도 업주들의 지탄을 받았다"며 "인건비에 튀김유까지 오르면서 점주들의 손해액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프레임이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의 치킨과 프랜차이즈의 치킨을 동일선상에 둘 수 없다"면서도 시장의 반응을 살피지 않은 MBK파트너스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성장 전략을 수립하기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 매각 등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IB 업계로부터 받아왔다"며 "그동안 대형마트가 육류나 라면을 미끼 상품으로 내세웠던 것과 달리 외식 산업의 대표 메뉴인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전면에 내세워 수익성 제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기업들의 수익성 제고에 힘을 실을수록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의 대결 구도가 공고해지게 된다"면서 "가성비가 좋은 마트 치킨을 강조할수록 한 지붕 아래에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bhc와의 불협화음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MBK파트너스 역시 입장이 난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더팩트> 취재진은 MBK파트너스에 입장을 묻고자 수차례 연락했으나,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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