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새 교육부 장관, 전문성부터 갖춰야

입력 2022. 8. 1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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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비전 제시 교육정책 이끌 수장
국민 직접 설득하며 혁신 이끌어야

교육부 장관이란, 일반적으로 교육의 본질적 가치와 헌법적 가치,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발전·조화시키는 책임의 자리에 있는 수장이다. 교육의 본질적·헌법적·사회적 가치를 발전·조화시키는 책임은 모든 교육자에게 있지만 장관은 그 최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국민은 물론, 특히 교육자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란 사람을 가르치고 또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여 개인과 국가·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활동이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 본연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 차원에서 모든 국민 개개인이 교육을 통해 자신의 미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동시에 그러한 교육이 국민 모두가 지향하는 국가·사회의 미래와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공교육의 사명이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이 개인의 입신출세에 치우친 나머지 교육이 지향해야 할 미래의 국가·사회 모습을 그려내지 못함으로써 교육의 공적 가치가 망각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공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국가·사회의 미래는 헌법가치에 의해 그려질 수 있다. 우리 헌법가치는 개인의 자유를 기초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 장관은 헌법가치에 입각하여 국가·사회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한 교육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 한마디로 헌법가치를 교육정책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

또한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를 겸하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교육에 조화·발전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란 쉽지 않지만, 1949년의 제정 교육법이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으로 정한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 사회는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상은 공교육의 수장인 교육부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기본 원칙이다. 윤석열정부의 교육부 장관은 이러한 원칙에 입각하여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2022년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 과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교육 과제는 수없이 많지만 큰 것 세 가지만을 들어보자.

첫째, 우리나라는 지난 20여년간 교육정책이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그간 비교적 일관되게 추진되었던 교육개혁이 실종되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혼선을 빚어왔다. 마침내 2017년 대선에서 모든 주요 대통령 후보들은 장기적이고 일관된 교육개혁의 추진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고, 문재인정부가 과거 5년 동안 준비하여 2022년에 출범할 수 있게 하였다. 윤석열정부는 이 교육위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고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둘째, 교육은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인프라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후반부터 강력한 교육의 질 관리체제를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2000년대 초 한 교원단체의 반대 이후 국가 차원의 교육의 질 관리체제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마침 윤석열정부는 기초학력 전수평가를 실시하여 학생 개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고, 인공지능(AI) 보조교사로 학습 격차도 완화하겠다는 교육정책을 약속했다. 요컨대 국가 차원의 교육의 질 관리체제를 확립하여 개인 및 국민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향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셋째, 윤석열정부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기초학력 전수평가와 같은 여야 간에 분명한 시각차가 있는 교육정책도 펼쳐가야 한다. 이때 국민통합적 시각에서 여야 간 이견이 있는 교육정책을 국민을 상대로 직접 설명하고 설득함으로써 교육정책을 둘러싼 국민적 갈등을 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윤석열정부의 교육부 장관은 조직 장악력이나 갈등조정 능력 등보다는 우선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한국 교육의 미래 비전과 헌법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국민을 상대로 교육개혁을 직접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물러난 박순애 전 장관이 반면교사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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