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딴생각이 자꾸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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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다가올수록 "집중이 안 되고 책을 읽으면 딴생각이 나요. 강박증이나 주의력 장애가 있는 것 같아요"라며 진료실에 찾아오는 수험생이 는다.
책 읽을 때 딴생각이 난다? 당연한 거 아닌가.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러다 미치는 거 아니에요?"라며 불안해하지 마라.
음정이 안 맞으면 현을 죄어야 하는 것처럼, 딴생각이 드는 건 마음의 초점을 목표를 향해 되돌려놓으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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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게 뭔가".. 마음의 초점 조절을
책 읽을 때 딴생각이 난다? 당연한 거 아닌가. 텍스트에만 100%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 심리연구 결과를 보자. 피험자에게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게 했다. 화면에 메시지 창이 떴을 때 딴생각을 하고 있었으면 버튼을 누르라고 했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딴생각을 하고 있었는가”라고 6번 물었다. 전체 피험자들의 총 측정치 중 딴생각에 사용된 시간은 13.2%였다. 독서를 10분 하면 우리 마음은 1분18초 동안 책이 아닌 딴 곳에 가 있다는 뜻이다. ‘전쟁과 평화’를 읽는 내내 딴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연속적으로 측정했다면, 실험 결과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가 나왔을 게 분명하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자신의 잠재력을 스스로 과대평가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심리 현상을 비정상으로 오해하는 데 있다.
자신이 원하거나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속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생각이나 이미지를 일컬어 침습적 사고(Intrusive Thought)라고 한다. 이성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엉뚱한 생각이 불쑥불쑥 끼어드는 것을 일컫는다.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북미와 남미의 13개 나라에서 777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3개월 동안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혹은 비도덕적인 생각이나 이미지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떠올랐던 적이 있는지 물었다. 응답자 대부분(93.6%)이 침습적 사고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러다 미치는 거 아니에요?”라며 불안해하지 마라. 불안해할수록 침습적 사고는 더 심해진다.
우리 마음은 끊임없이 생각을 생산한다. 하루 16시간 기준으로 약 4000가지 생각을 만들어내며, 특정한 생각은 대개 5초 정도 머물다 사라진다고 한다. 잡념이 하나도 끼어들지 않는 순수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완벽할 수 없듯 마음에도 오류가 항상 일어난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목표에 충실한 방향으로 뇌가 한결같이 작동하진 않는 게 정상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어린아이 같은 습성을 계속 갖고 있게 마련이다. 다섯 살배기에게 “장난치지 마라”라고 긁어대면 오히려 더 하려고 들지 않나. 똑같다. “공부할 때 잡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야 정상이다”라는 생각에 집착할수록 딴생각은 더 난다. 실수하지 않는 데에만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면 실수와 연관된 생각이 더 떠오른다. 과거의 상처를 억지로 잊으려고 할수록 회상은 잦아진다.
연주할 때마다 조율하고 또 조율해야 하는 바이올린처럼 주의력도 계속 조절해주어야 한다. 잡념이 떠오를 때마다 “이 순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자. 그리고 “지금 바로 그것을 실행하자”라고 해야 한다. 음정이 안 맞으면 현을 죄어야 하는 것처럼, 딴생각이 드는 건 마음의 초점을 목표를 향해 되돌려놓으라는 신호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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