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홀리며..'한국 핸드볼이 돌아왔다'
스피드·조직력 앞세워 체격 열세 극복..대회 MVP엔 김민서
한국 여자핸드볼 18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이 전통의 강호 덴마크를 꺾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세계여자청소년 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비유럽 국가가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진순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11일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열린 2022 세계여자청소년 핸드볼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덴마크를 31-28로 물리치고 사상 첫 우승을 달성했다. 2006년 초대 대회 결승에서 덴마크에 33-36으로 패한 아픔을 16년 만에 되갚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덴마크에 승부던지기 끝에 분패한 아쉬움까지 털어내며 ‘리틀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를 썼다.
한국은 역대 이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유일한 비유럽 팀이었다. 2006년 준우승, 2016년과 2018년 3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선 스위스·독일·슬로바키아(조별리그), 루마니아·네덜란드·스웨덴·헝가리·덴마크(결선리그) 등 내로라하는 유럽 강국들을 상대로 8연승을 거두며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 여자핸드볼이 세계대회를 제패한 건 1988·1992년 올림픽, 1995년 세계선수권(성인), 2014년 주니어(20세 이하) 세계선수권에 이어 통산 다섯 번째다.
빠른 스피드와 탄탄한 조직력으로 체격 열세를 극복했다. 한국은 평균 신장 168㎝로 덴마크(174㎝)를 비롯한 유럽팀과 차이가 컸다. 이날 결승에선 중거리 슛인 9m 득점 수가 2-9로 크게 밀렸지만 스틸(5-0), 속공(2-0)에서 앞섰다. 색다른 플레이에 매료된 유럽 각국 선수들이 한국을 응원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는 득점과 어시스트 부문에서 2위에 오른 김민서(황지정산고)가 선정됐다. 이혜원(대구체고)이 라이트백, 차서연(일신여고)은 라이트윙 포지션에서 대회 베스트7에 이름을 올렸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많은 패스, 탁월한 리듬과 훌륭한 연결성을 갖춘 빠른 핸드볼을 선보였다”고 평했다. 현장에선 ‘한국 핸드볼이 돌아왔다’는 극찬이 쏟아졌다고 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 출신인 김진순 감독은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스피드가 중요한 현대 핸드볼의 흐름에 맞게 선수들을 지도했다.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SK 회장)의 전폭적 지원 아래 다수의 유럽 국가들과 교류해온 점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선수들의 끈기에 차분한 리더십과 과감한 투자가 어우러져 값진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확인한 경쟁력을 성인 무대까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정상을 누볐지만 최근에는 유럽의 파워에 막혀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2014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도 한국이 우승했지만 2016년 리우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성인 무대로 결실이 이어지지 못했다. 돌풍 주역들의 성장세는 2년 뒤인 2024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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