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은 재단법인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 "홍수 대비 토건 대책, 기후위기 취약계층 소외"

강한들 기자 2022. 8. 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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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심도 터널 건설 등 대규모 인프라 정책, 장기 효과 장담 못해
취약계층 보호에 자원 집중하고 도시 숲 총량제로 녹지 늘려야
신재은 재단법인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 신재은씨 제공

지난 8일부터 11일 오후 1시까지 중부지방에는 ‘역대급’ 폭우가 내렸다. 수도권에서는 최대 641㎜의 강수량이 기록됐고, 강원권에는 500㎜, 충청권에는 300㎜가 넘는 비가 왔다. 반지하에 살던 취약계층 일가족 3명이 고립돼 사망한 사고도 발생했다.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지 이틀째였던 지난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해 대심도 빗물 저류 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심도 터널 건설에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미리 준비라도 했다는 듯, 수조원 규모의 설익은 토건 대책만 남발한다”고 비판했다. 기후위기 재난에 취약한 이들을 위한 대책이 아닌 대형 인프라에만 치중된 대책이라는 얘기다.

신재은 재단법인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물난리 같은 ‘도시 홍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기후위기와 취약계층’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재난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큰 규모로 발생할지 예측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피해는 취약계층에 집중되기 때문에 대응 자원을 취약계층 보호에 우선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0년 이상 환경단체의 물순환 분야에서 활동한 신 캠페이너를 11일 오후 전화로 인터뷰했다.

신 캠페이너는 ‘대심도 터널을 짓겠다’는 선언 이전에 도시 홍수에 대한 충분한 원인 진단이 선행돼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심도 터널이 필요하다면 만들 수도 있다”면서도 “대심도 터널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는 그 틀 안에서 논의하게 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대책 수립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심도 터널은 언제, 어디서, 어느 만큼의 비가 집중될지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정책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신 캠페이너는 대심도 터널과 같은 ‘대규모 도시 인프라’를 놓고 정쟁이 벌어질 경우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결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론장에 수조원 규모 사업에 대한 찬반 논쟁만 남는 탓에 정작 중요한 ‘기후위기 적응’ ‘취약계층 보호’라는 관점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규모 공사는 예산을 집중되게 하고, 쟁점을 흐릴 수 있다”며 “홍수, 폭염 등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에 대해 폭넓게 성찰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캠페이너는 “2010~2011년 서울에 홍수가 난 이후 대심도 터널 논쟁이 터졌을 때, 굉장히 좋은 정책이 많이 나왔으나 정쟁에 가려 주목을 못 받았다”며 “그때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캠페이너는 2010~2011년 서울시가 ‘상습 침수 구역 내에서 지하층은 심의를 거쳐 건축을 불허가’할 수 있도록 한 대책에 대해 “환경단체에 있을 때 생각도 못한, 훌륭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효과가 분명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홍수 대책 중 서울시가 반지하를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방향성은 좋아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 캠페이너는 “취약지역 내 반지하 가구를 우선 파악하고, 이른 시일 안에 홍수 관련 대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수율이 낮은 도시가 보다 ‘기후 탄력적’이려면 ‘도시 숲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도시 숲을 훼손하게 될 경우 해당 지자체 내에 대체 숲을 조성해 ‘총량’을 유지하는 식으로 도시 내 녹지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신 캠페이너는 “도시 숲의 ‘순손실 중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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