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건설분야 '입찰 담합' 철강사 11곳에 과징금 2565억

반기웅 기자 2022. 8. 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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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866억원 부과 가장 많아
7년간 조달청 납품가·물량 합의
담합 관련 매출액 5조5000억 규모
담합 업체 직원이 사용한 2018년 업무수첩. “금일 12시에 물량 결정 가능?”이라고 적혀 있다. 2018년 2월26일은 2018년 입찰 관련 가격자료 제출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수년에 걸쳐 공공분야 철근 입찰에서 낙찰 물량과 가격을 담합한 철강업체들이 20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와이케이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 등 제강사 7곳과 압연사 4곳 등 11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565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 담합을 주도하고 조사에 응하지 않은 7개 제강사의 전·현직 직원 9명은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과징금 액수는 현대제철 866억1300만원, 동국제강 461억700만원, 대한제강 290억4000만원, 한국철강 318억3000만원, 와이케이스틸 236억5300만원, 환영철강공업 206억700만원, 한국제강 163억4400만원 등이다. 이들 제강사는 앞서 민간분야에서도 철근 가격·철스크랩 구매 담합을 벌인 바 있다.

조달청은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 산하 각급 학교 등 공공기관이 사용할 철근을 구매하기 위해 1년 또는 2년 단위로 연간 130만~150만t의 물량을 입찰한다. 현대제철 등 11개 철강업체는 2012~2018년 조달청이 발주한 철근 연간 단가계약 입찰에 참가해 사전에 낙찰 물량을 업체별로 배분하고 입찰 가격을 합의했다.

입찰 공고가 나면 7대 제강사의 입찰 담당자들이 카페에 모여 입찰에서의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조달청에 가격자료를 제출하는 날 나머지 압연사 입찰 담당자들과 만나 업체별 낙찰 물량을 정했다. 낙찰 물량은 각 업체의 생산능력, 과거 조달청 계약 물량 등을 기준으로 배분했다.

투찰 가격은 쪽지 등을 통해 전달하면서 공동으로 결정했다. 입찰 당일에는 대전역 인근 식당 등에 모여 배분 물량, 투찰 가격을 점검하고 투찰 예행연습까지 했다. 치밀하게 담합을 벌인 결과 총 28건의 입찰에서 단 한 번도 탈락 업체가 생기지 않았다.

투찰률(예정가격에 대한 낙찰 금액의 비율)은 대부분 99.95%를 넘었다. 담합 관련 매출액은 발주 금액 기준으로 약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주택·건설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등 경제적 파급력이 큰 철근시장에서의 경쟁제한 행위를 시정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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