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풀이보다 탐구학습, '수포자' 줄이기에 별 도움 안 된다?

박은하 기자 2022. 8. 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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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수학 교수법 논쟁
"교사의 직접적 지식 전달
시간제한 평가 필요" 의견

‘수포자’(수학포기자)는 한국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수포자 없는 수학교육이야말로 전 세계 교육계의 난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을 일상생활과 연관 짓거나 토론 등의 집단활동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익히도록 하는 교수법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이런 수학 교수법이 효과가 있는지를 두고 호주 교육계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호주의 정책연구기관인 독립연구센터는 10일(현지시간) 발간한 ‘수학교육을 망치는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유행하는 수학교육 방식이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근거 없는 믿음의 예시로는 ‘교사가 문제풀이 방법을 먼저 알려주는 방식은 해롭다’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풀도록 하는 평가가 수학 공포증을 불러일으킨다’ ‘탐구학습이 최선의 방식이다’ 등을 들었다.

탐구학습은 교사가 직접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학생들이 직접 가설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수업 방식이다. 이 방식을 수학 과목에 적용하면 교사가 ‘피타고라스 정리’ 등과 같은 공식을 활용한 문제 풀이 방법을 먼저 알려주는 대신 학생들이 직접 풀이 과정을 찾아 나가도록 하는 것이 수업의 핵심이 된다.

보고서는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찾는 것은 지식이 충분히 쌓인 상태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초보 학습자에게는 교사가 명확하게 지식부터 전달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시간제한 평가 역시 학생 수준 파악을 위해 필요하며 학생 간 비교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 된다고 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사라 파월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교사들이 잘못된 정보를 너무 많이 받아 잘못된 교수법이 퍼지는 게 흔한 일이 됐다”며 “증거 없이 유행하는 교수법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체하면 학생들의 성취를 높일 것”이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반면 빈스 게이거 호주 가톨릭대 교수는 보고서에 대해 “특정 관점만을 반영했다”며 “교사의 가르침만으로는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다양한 맥락과 상황에 적응하는 단계까지 이를 수 없다. 탐구학습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같은 매체에 말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호주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최근 가파르게 하락했다. 2003년 526점이던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 수학 평균점수가 2018년 489점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94점)을 밑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호주 정부가 수학교육을 포함해 국가 차원 초등교육 개편을 추진하면서 수학교육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다. 한편에서는 수학을 보다 더 수학답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편에서는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이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린다고 반론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기존 과정보다는 기초지식 학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뤄졌지만 초등학교 과정에서 구구단 암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무산됐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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