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래도 여기 살아야죠"..반지하의 '굴레'

오승목 2022. 8. 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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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반지하가 국내에서 시작된 건 1970년대 부터입니다.

북한의 공습에 대비해 집을 지을 때 몸을 피할 수 있는 방공호를 함께 만들도록 한 건데요.

그 뒤 주거난으로 건축규제가 완화되면서 벌이가 적었던 사람들은 빛이 들지 않는 지하에 하나둘씩 터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32만 가구 이상이 반지하에 살고 있는데요.

대부분은 집값 비싼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서울로만 한정해서 보면 20만 가구가 지하 또는 반지하에 살고 있습니다.

이번 집중 호우로 반지하에서만 4명이 숨지자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팔을 걷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막막한 심정이 가득한 이들의 목소리를 오승목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반지하 주택이 밀집한 골목.

물에 잠겨 형편없이 망가진 집이라도 주민들에겐 유일한 삶의 터전입니다.

["여기까지 다 물 찬 거... 이 집 여기까지..."]

남아난 살림이 없지만 어떻게든 닦고 고쳐서 다시 생활을 이어가야 합니다.

[전혜정/반지하 거주민 : "양수기로 물 뽑아내는 거 하고 그거 청소 조금 한 거예요."]

사흘 전 그 밤은 악몽 같았습니다.

[전혜정/반지하 거주민 : "냉장고가 여기 이렇게 둥둥 떠 있었거든... 장롱 엎어졌잖아요. 이쪽 방 둥둥 떠다녀서... 어휴."]

살림은 둘째치고 당장 '목숨'이 위태로웠습니다.

[전혜정/반지하 거주민 : "문이 안 열렸을 때 생각해보세요. 패닉이지, 저 문이 안 열렸으니까. 20분 만에 여기까지 차는 거 금방이죠."]

습기와 곰팡이는 견뎠어도 '위험'은 인내로 될 일이 아닙니다.

놀란 마음은 여길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이 허용하지를 않습니다.

[전혜정/반지하 거주민 : "계속 살아야죠. 돈 없으니까 살았죠. 그런 것이죠... 그러니까 서러운 것이고..."]

반지하 가구 월 소득이, 도시 노동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전국 반지하의 96%가 수도권에 있는데, 서울·경기에서 '반지하'에 살다 '지상'으로 옮겨간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부동산 중개인/음성변조 : "(반지하 시세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5만~40만 원. (35만~40만 원이면, 반지하 말고 있나요?) 없죠. 반지하만 그렇죠."]

[김성호/반지하 거주민 : "1층 올라간다면 전세금 1억 원부터 시작이니까. (그럼 만약에 다른 데로 옮기신다고 하더라도?) 반지하로 일단 봐야 하죠."]

그러다 보니, 이 난리를 겪고도 이사는 꿈도 못 꾸고.

집주인이 고쳐주는대로 다시 들어갈 날만 기다립니다.

[반일섭/반지하 집주인 : "(세입자가) 고시원에 자리 잡았다고, 수리되면 연락 달라고 하더라고요. 다시 들어와서 살겠다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

이제 반지하를 벗어날 길은 직장과 학교를 포기하고 수도권 바깥으로 가는 것 밖에 없다며 입주민들은 쓴웃음을 짓습니다.

["그 돈에서 그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그렇잖아요. 특별하게 로또 당첨되지 않는 이상..."]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영상편집:위강해/그래픽:서수민/문자그래픽: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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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목 기자 (o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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