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름반도 비행장 폭발, 우크라의 점령지 탈환 신호탄인가
침공 전 강제 병합 지역까지 확전.."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주력 병력이 있는 크름(크림)반도 내 사키 비행장에서 폭발이 발생해 다수 전투기가 불탔다.
러시아군은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자신들이 공격했음을 암시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맞다면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 이미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던 지역까지 전쟁이 확대된 셈이다. 크름반도는 러시아에도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여서 격전이 예상된다.
AP통신 등은 지난 9일(현지시간) 크름반도 서쪽 해안에 위치한 러시아군의 사키 비행장에서 발생한 폭발로 최소 9대의 전투기가 불탔다고 10일 보도했다.
자유유럽방송(RFA) 등이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폭발 전 약 20대의 군용기가 배치돼 있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파괴됐다. 비행장 연쇄 폭발에 놀란 러시아인 피서객들은 해변가에서 대피했고, 크름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다리는 도주 차량들로 가득했다.
러시아군은 실수로 탄약이 폭발하며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관리 두 명의 발언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이번 폭발의 배후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는 앞서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호 침몰로 취약한 방공시스템을 드러냈다고 지적하면서 사고로 인한 폭발일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우크라이나 관리는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남부 점령지 탈환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격은 러시아에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월과 9월이 군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며 러시아의 침공 초기인 지난 2월만큼 전투가 격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10일 대국민 화상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자유 유럽을 상대로 한 러시아의 침공은 크름반도에서 시작됐고 크름반도의 해방과 함께 끝나야 한다”며 재차 탈환 의지를 다졌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부터 전쟁 초기 러시아에 뺏긴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남부 전략적 요충지를 탈환하기 위한 작전을 준비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를 병합했던 것처럼 이들 지역에서도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를 독려하자 이를 막기 위해 수복 작전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점령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배포하고 루블화도 도입하는 등 통치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으로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끊으며 반격에 나섰다. 최근에는 새로 훈련시킨 여단을 남부 지역에 배치해 수십 개 마을을 탈환하는 성과도 거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조우해와 흑해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향후 재개될 수 있는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남부 지역의 탈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도 남부 점령지는 군사·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치열한 전투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헤르손과 자포리자를 병합하면 크름반도부터 러시아로 이어지는 육지회랑을 단단히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해상 무역을 막아 경제력을 상당 부분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크름반도는 일년 내내 얼지 않는 부동항으로 러시아 해군력 증강의 열쇠라는 평가를 받는 지역이다. 도이체벨레는 크름반도의 군사전략적 가치, 현재 힘의 균형, 크름반도 주민 대다수의 러시아를 향한 높은 충성도를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을 단시일 내에 탈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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