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반도체산단, 이번엔 여주와 '취수 갈등'

김태희 기자 2022. 8. 1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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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용수 남한강 취수 놓고 SK 측 "관로 지나는 4개 마을 대표와 상생협약"
여주시 "시 전체에 영향" 추가보상 요구

경기 용인시에 반도체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SK하이닉스와 여주시가 공업용수 취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SK 측은 여주보에서 공업용수를 공급받기 위해 용수 관로가 지나는 지역의 주민 대표들과 상생협약을 맺는 등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주시는 용수 관로가 지나는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 행사에 영향을 주고 농업용수가 부족해질 수도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주시는 용인반도체산단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모리 공장으로 준공 이후에는 여주시에 위치한 남한강 여주보로부터 하루 평균 57만3000t(1차분 26만5000t, 2차분 30만8000t)의 공업용수를 공급하게 된다고 11일 밝혔다.

용인반도체산단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고당·죽능리 일원에 조성되는 반도체 메모리 생산기지다. 용인일반산업단지(주)가 1조7903억원을 투입해 부지를 조성하고,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공장을 조성한다.

여주시를 지나는 남한강에 대한 취수 권한은 환경부가 가지고 있지만, 취수장과 용수 관로 등 기반시설 인허가권은 여주시가 쥐고 있다. 여주시가 시설 공사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남한강에서 취수할 수 없는 구조다.

여주시는 취수장이 건설되면 주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입장이다. 여주 남한강 취수장부터 용인반도체산단까지 물을 끌어다 쓰려면 여주시 세종대왕면 일대에 7.2km 길이의 용수 관로를 설치해야 한다.

용수 관로를 따라 지상권(토지 사용권리)이 설정되기 때문에 토지를 소유한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 영향을 준다. 추후 해당 지역에 대한 각종 기반시설 설치 시 용수 관로를 고려해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각종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여주시는 또 강수량이 적은 시기에 발생할 농업용수 부족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여주시는 용인반도체산단의 공업용수 남한강 취수 결정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SK 측은 앞서 지난 6월 용수시설이 지나는 4개 마을 대표와 취약계층 지원 등을 담은 상생협의서를 체결하고, 취약계층 지원 등을 담은 상생안을 여주시에 제안했다. SK 측은 이를 근거로 여주시에 취수장 관련 인허가를 요청했다. 여주시 관계자는 “용수 관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를 우선 조건으로 걸었던 것이지 모든 논의 절차가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취수장과 용수 관로 조성은 여주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추가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반도체 방류수’ 문제를 두고 안성시와도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 안성시는 “방류수가 한천을 따라 안성시로 유입돼 농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 갈등은 경기도의 중재로 SK 측과 안성시가 협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양측은 ‘관계기관 협약서’에서 안성시와 청년농부스마트팜 등 상생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구내식당에 안성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성시와 공동으로 반도체 관련 업종과 물류 시설이 들어서는 산업단지를 개발하겠다고도 했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인 반도체산단 조성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찬성한다”면서 “다만 피해 지역인 여주시에도 합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주시는 지난 40년간 상수원 규제 등 온갖 규제를 받으면서 성장하지 못했고, 현재는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다른 쪽이 발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주시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경기도에 용인반도체산단 조성에 따른 상생 방안 마련을 건의했다. 건의 내용에는 SK 측과 산업단지 공동개발, 여주시 일부 지역의 자연보전권역 제외 등이 포함됐다.

이에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산단과 관련된 것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고, 산업부와 경기도 등 관련 기관과의 협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 “여주시 측의 정식 요청이 온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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