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미·중 안보 이익과 직결..중, 미국만 보는 윤 정부 견제
중국이 제기한 ‘1한’ 안보와 직결…정부 “주권적 결정 사안”
“한·중, 관계 관리 필요성엔 공감…외교적 해결 여지 넓혀야”
한·중관계의 시한폭탄으로 잠재해 있던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박진 외교부 장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양측은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일치를 이뤘다. 내용 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중국은 한·중 회담이 끝난 직후 문재인 정부 때 한국이 발표한 이른바 ‘사드 3불(不)’(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체결 등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이미 설치된 사드 포대의 운용을 제한하는 ‘1한(限)’까지 들고나와 대외적인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사드 문제는 국가의 주권적 결정 사안이므로 중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드 3불은 2017년 10월31일 남관표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이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와의 협의에서 중국 측에 설명한 내용이다. 하지만 3불에 더해 ‘1한’이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돌았고, 문재인 정부가 성주 사드 포대의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정상화 작업을 미루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사드 3불이 국가 간 합의나 약속이 아니고 전임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이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3불에 1한이 추가된 것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약속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주권 사항으로서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드 운용 정상화’에 대해 “지금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며 “운용 측면에서 8월 말 정도에는 거의 정상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추후 언론공지를 통해 운용 정상화를 ‘기지 정상화’로 정정했다.
중국 측이 제기하는 1한이 운용 제한을 넘어 주한미군의 임무 수행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상화 작업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면 한·중 간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국내적으로 이를 공언해 것이어서 물러서기 어렵다. 특히 사드는 주한미군이 운용 권한을 갖고 있어 본질적으로 동북아시아에서 미·중의 안보 이익과 직결돼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번 사안은 사드 자체의 전략적 가치 외에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국의 견제 목적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측이 타협하고 문제를 봉합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국은 10일 ‘3불 1한’을 ‘선서’(宣誓)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11일 ‘널리 알린다’는 뜻의 ‘선시’(宣示)로 수정해 표현을 완화했다.
관료출신의 안보 전문가는 “한·중은 양국 관계 관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정면충돌을 피하려 할 것”이라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합의한 외교 국방 ‘2+2’ 차관급 대화 등의 전략적 대화 채널을 적극 활용해 중국과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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