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여당 지도부, 수해복구 봉사 가서 '무개념 막말'
민심 다독이려다 되레 역풍
비대위 첫 일정부터 '삐걱'
국민의힘이 11일 폭우 피해 복구 지원 현장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고 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한 뒤 첫 행보부터 삐끗한 모양새다. 피해 복구 지원으로 민심을 다독이려다 되레 사과해야 할 상황이 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했다. 의원, 보좌진, 당직자도 참석해 침수된 식료품, 가재도구 등 운반·정리 작업을 도왔다.
주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다수 의원은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던 지하 식자재 창고에 진입해 상한 음식물, 폐자재 등을 직접 꺼내 올렸다. 무더위에 하수 역류가 더해져 현장은 숨 쉬기 힘들 만큼 악취가 풍겼다.
주민들은 의원들 모습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최모씨는 “관심 가져주는 건 좋지만 여럿이 봉사 온다고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모씨(73)는 “피해 입은 사람들에게 ‘나라가 관심이 없진 않구나’라는 심리적 위안은 주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시민은 “여기서 길 막고 뭐하시나. 짐 실은 차가 못 들어오잖나”라고 핀잔을 줬다.
주 위원장은 의원들에게 “내 집이 수해를 입은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달라”며 “장난과 농담, 사진 찍기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의 당부는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복구 작업 중 김성원 의원이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했다. 임이자 의원이 팔뚝을 치며 주의를 줬지만 이미 말이 나간 뒤였다. 권 원내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의원은 “쌔가 빠지게(‘혀가 빠질 만큼 힘들게’라는 뜻의 사투리) 일했는데, 김 다 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후 “순간적인 사려 깊지 못함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남은 시간 진심을 다해 수해 복구 봉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이 헛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엄중 경고했다”고 말했다.
지하 창고 맞은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비 피해를 입은 곳에서 어떻게 비가 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나. 정신이 나갔다”고 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대위 첫 공개 행보에서 상상도 못했던 비상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버렸다”며 “국민 염장 지르는 발언이나 하려고 비대위를 만들었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도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원 자질을 의심할 만한 심각한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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