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이 강세장? 웃겨"..그래도 낙관하는 이유[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2. 8. 1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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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지난 7월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2.9% 오른 1만2854.80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6월16일 최저점 대비 20.7% 상승한 것이다.

미국 증시에서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을 때 침체장이라고 하고 반대로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했을 때 강세장이라고 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나스닥지수는 공식적으로 침체장을 벗어나 강세장에 진입한 것이 된다.

S&P500지수는 이날 4210.24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16일 저점 대비 14.8% 상승한 것으로 아직 공식적인 침체장 종료 시점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만 지난 6월 고점인 4176.82를 넘어섰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 6월 지수 범위의 상단을 뚫었기 때문이다.

S&P500지수가 지난 1월3일 고점에서 6월16일 저점까지 낙폭의 절반을 회복하는 4231을 넘어선다면 이는 기술적으로 더욱 강력한 강세장 신호가 될 수 있다.

BTIG의 기술적 분석가인 조나단 크린스키는 침체장이 바닥을 치지 않고서는 고점에서 저점까지 낙폭의 50% 이상으로 반등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다우존스지수는 고점에서 저점까지 하락률이 20%에 미치지 않아 미국 3대 지수 중 유일하게 침체장에 진입하지 않았다.

다우존스지수는 이날 저점 대비 상승률이 10%를 넘어 조정장에서 벗어났다. 고점 대비 증시 하락률이 10~20%일 때 조정장이라고 하고 저점 대비 10% 이상 상승하면 조정이 공식적으로 끝난 것으로 본다.

기술적 지표들은 최소한 나스닥지수 기준으로는 침체장이 종료됐음을 나타내지만 대다수 투자자들과 월가 전문가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크게 5가지다.

아직 고점 대비 20% 손실
첫째, 아직 손실을 회복하지 못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1월19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최고치 1만6057.44 대비 19.9% 낮은 수준이다. S&P500지수는 지난 1월3일 사상최고치 4796.56에 비해 12.2% 낮다.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에겐 강세장이 시작됐다는 말이 체감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증시가 전고점을 뚫고 올라가야 비로소 강세장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증시가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에서 뒤늦게 주식 매수에 합류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이유다.

닷컴 버블의 악몽
둘째, 역사적으로 나스닥지수가 저점 대비 20% 상승했어도 침체장 랠리로 끝나버린 경우가 있어서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이 강세장으로 정의되긴 하지만 언제나 장기 강세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2000년 초 닷컴 버블이 붕괴된 이후 2002년까지 3년간 이어진 침체장에서 나스닥지수는 4번이나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했으나 몇 개월 후 더 깊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나스닥지수는 2002년 10월에야 진바닥을 치고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장기 강세장을 시작했다. 닷컴 버블 침체장에서 5번째의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이 진짜 강세장의 출발이었던 셈이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나스닥지수는 2008년 11월~2009년 1월 사이에 25% 급등했으나 2009년 1월부터 3월까지 다시 23% 급락했다. 2008년 11월은 가짜 바닥이었고 2009년 3월이 진짜 바닥이었다.

따라서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도 침체장 랠리일 수 있다. 게다가 나스닥지수는 S&P500지수보다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배런스에 따르면 20%의 상승과 하락을 기준으로 할 때 1971년 이후 나스닥시장은 19번의 강세장과 18번의 침체장을 경험했다. 반면 S&P500지수는 8번의 강세장과 9번의 침체장을 겪었을 뿐이다.

PER 안 낮은데 막 시작된 실적 하향
셋째,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10년 평균을 이미 넘어선 상황에서 기업들의 실적 하향이 막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는 PER이 역사적 고평가 영역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할 수 없다는 의미다.

DWS그룹의 미주 대륙 트레이딩 팀장인 조지 카트램본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경제지표를 근거로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증시가 계속 오르려면 밸류에이션이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S&P500지수의 향후 12개월 순이익 전망치 기준 PER이 현재 17.5배라고 지적했다. 이는 10년 평균 PER 16.9배를 상회하는 것이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모간스탠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이크 윌슨은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이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증시가 추가 하락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낮아지면 주가가 오르지 않고 현상 유지만 해도 PER은 올라가게 된다.

골드만삭스도 증시가 기업들의 실적 바닥에 앞서 오른다고 해도 지금 랠리는 실적 하향 사이클에 비해 너무 앞서 나갔다고 지적한다.

씨티 글로벌 자산관리의 북미 투자팀장인 크리스텐 비터리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우리는 이번 상승이 침체장 랠리라고 생각하는 쪽에 속한다"며 "경기 침체에 빠지지도 않았는데 증시가 저점에서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과정 중에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증시가 모든 악재를 반영했다는 식으로 랠리하는 것에 대해 지속성을 믿을 수 없다는 의미다.

연준, 내년에도 금리 인상
넷째, 인플레이션이 설사 정점을 쳤다고 해도 지난 7월 CPI 상승률 8.5%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연준은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채권시장에는 내년 6월부터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연준 내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조차 내년에도 0.5%포인트 가량의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WS그룹의 카트램본은 연준 내에서 어느 누구도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동조하지 않고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장기 목표치인 2%까지 내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웰스 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의 수석 글로벌마켓 전략가인 사미어 사마나 역시 이날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쳤으니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식의 반응이 나타났는데 인플레이션 문제가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문제가 블랙 스완
다섯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문제가 증시에 예상치 못한 충격, 즉 블랙 스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잠재해 있다.

하지만 이런 의심스러운 여건 속에서도 강세장은 이미 시작됐을 수도 있다.

배런스는 증시 랠리가 지속된다면 연준이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통제권 안으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고한 믿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지난 7월처럼 고용지표가 초강세는 아니더라도 크게 악화되지 않은 채 무난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CPI 상승률은 쭉 내려가면 랠리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경제 자문으로 활동했던 로라 타이슨 UC 버클리대 하스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매우 강한 고용지표와 함께 인플레이션 수치는 미국 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경제지표들을 보면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되 침체는 피하려는 연준의 소프트랜딩(경기 연착륙)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타이슨 교수의 진단이 맞다면 의외로 증시는 계속 순풍을 탈 수도 있다.

닷컴 버블만 아니라면 지금 사라
아울러 과거 나스닥지수가 저점에서 20% 이상 올라왔을 때를 돌아보면 닷컴 버블 침체장 때 4번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 1번을 제외하면 3개월 이후 수익률이 모두 플러스였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증시는 1974년 이후 17번 저점 대비 20% 이상의 상승을 경험했다. 이 17번의 경우를 종합해 보면 나스닥지수는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한 시점부터 한달 뒤 평균 4.82% 올랐다.

3개월 뒤에는 평균 9.21%, 6개월 뒤에는 14.16%, 1년 뒤에는 23.01% 상승했다. 3년 후와 5년 후 수익률은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때 침체장을 제외하고 16번의 경우를 조사하니 각각 평균 38.41%, 78.18%에 달했다.

나스닥지수가 저점 대비 20% 이상 오르고도 3개월 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던 적은 2000년 닷컴 버블 후 침체장이 지속되던 2001년 1월과 4월, 2002년 11월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뿐이었다.

2002년 11월의 경우 2002년 10월 바닥이 진바닥이었지만 20% 이상 반등한 뒤 이 때부터 3개월간 하락하다 본격적인 상승세에 진입했다.

저점에서 20% 이상 오르고 나서 6개월, 1년, 3년 후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던 때는 닷컴 버블이 붕괴됐던 2000년과 2001년뿐이었다.

닷컴 버블 붕괴로 인한 침체장은 2000년 초부터 2002년 10월까지 3년 가까이 이어졌으며 이 기간 동안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이 4번 나타났으나 모두 다 침체장 랠리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닷컴 버블 붕괴와 같은 상황만 아니라면 나스닥지수가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한 경우 6개월 이후에는 모두 플러스 수익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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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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