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대급 추석 대책, 실효성 있게 '3고 민생' 보듬어야
정부가 1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확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째 6%대를 기록 중이고, 금리는 치솟고 있다. 고환율은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린다. 최근엔 코로나19 재유행과 기록적인 폭우까지 겹쳤다.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시키고, 취약계층 생계를 지원하는 데 대책의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20개 성수품은 최대 규모로 공급하되 가격은 지난해 추석 수준으로 최대한 맞추기로 했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은 1인당 최대 4만원까지 지원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42조6000억원을 대출과 보증 등으로 공급한다. 광역단체의 하반기 공공요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이런 대책으로 서민의 어려워진 삶을 보듬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여러 분야에서 ‘역대급’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상은 재탕 일색이다. 물가안정대책은 지난해 추석 민생대책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는 16개 성수품 공급량을 추석 3주 전부터 평상시에 비해 1.4배 늘린다고 했다. 올해는 품목이 4개 더 추가됐을 뿐 나머지는 같다. 할당·저율 관세 확대, 비축물량 방출, 할인행사, 할인쿠폰 등 대책도 엇비슷하다.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 추석 수준에 최대한 근접하게 하겠다는 목표 역시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를 보면 돼지고기 삼겹살은 1년 전보다 23.3% 올랐다. 배추와 갈치는 같은 기간 각각 105%, 144% 폭등했다. 한 달 사이에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마다 발표하는 추석 민생대책의 수치만 바꾼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가 불안은 더 심해지고 서민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진다. 대책은 세우는 것보다 이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현장을 점검하고 감독해야 한다. 농축수산물 생산자가 헐값에 팔아도 소비자는 비싼 값에 사는 게 현실이다. 중간상이 폭리를 취하는 고질적인 유통 구조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서민과 취약계층의 의견을 듣고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면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명절마다 해묵은 대책을 꺼내 손질만 하는 구태를 언제까지 되풀이할 텐가. 상황 변화에 따른 창의적 방안을 대책에 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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