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무수석이 통닭값 보고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은? [VIEW POINT]

김기정 입력 2022. 8. 11. 20:15 수정 2022. 8. 1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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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롯데마트가 '통 큰 치킨'이란 이름으로 소위 '반값 통닭'을 출시한다. 가격은 닭 한 마리를 통에 담아 5000원. 일반 프랜차이즈 통닭 가격의 절반 수준이었다. 당시에도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출시 6일 만에 '통 큰 치킨'을 철수한다.

정진석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트위터로 날린 '오보' 역할이 컸다. 정 전 수석은 마트가 4200원에 생닭을 사서 마리당 1200원씩 손해를 보며 5000원에 팔고 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영세 닭고기 판매점이 울상 지을 만하다고도 했다. 당시 생닭 도매가는 1600원. 사실관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어떤 자리인가. 청와대까지 나서자 롯데마트는 통 큰 치킨의 판매를 중단한다.

한동안 잠잠했던 대형마트의 반값 치킨이 다시 논란이다. 이번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게 시발점이 됐다. 전방위적 물가 상승과 함께 기름값부터 인건비까지 안 오른 분야가 없다. 여기에 배달비를 얹으니 치킨 한 마리 값이 '3만원'을 넘게 됐다.

이런 와중에 홈플러스가 6000원대 치킨을 내놓으면서 '치킨 전쟁'이 불붙었다. 이마트·롯데마트도 8000~9000원대 치킨을 내보이며 슬쩍 참전했다.

2010년엔 정 전 수석 트위터로 대변되는 정부가 통닭 판매의 '판'을 바꿨다. 그런데 이번엔 소비자들이 '판'을 바꾸는 모양새다.

대형마트의 저가 공세로부터 치킨 업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여론의 동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물가 급등으로 가뜩이나 서민 경제가 힘든 마당에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치킨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치킨값은 원재료 가격 상승이란 '경제 논리'로 올리고 대형마트 저가 치킨은 '비경제 논리'로 반대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선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프랜차이즈 본사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은 19%다. 삼성전자가 휴대폰을 팔지 말고 '삼성치킨'을 팔라는 주문도 나왔다.

그러면 대형마트 입장은. 이번 치킨 전쟁의 여론전에서 승리했다고 대형마트가 마냥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와 관련한 규제심판회의가 24일로 예정돼 있다. 치킨 전쟁으로 대형마트의 저가 공세가 부각되는 점은 부담이다. 쉬는 일요일에 마트를 가고 싶다는 직장인 소비자들 의견은 들리지 않는다. 국무조정실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 정부 입장은 더욱 난처하다.

다시 정 전 수석 얘기. 그의 저서 '사다리정치'에 따르면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귀국하자 정 전 수석은 '통 큰 치킨' 사안을 보고했다고. 이 전 대통령은 "영세 상권 침해도 문제지만 싼값에 먹을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도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이 당시 한국에 있었으면 오늘날 반값 치킨 논란은 없었을 수도 있다.

[유통경제부 = 김기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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