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대통령 말의 무게
'아껴서 오래 먹이되 너무 아끼지는 말아라.'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사에 포위된 남한산성에서 보급이 끊기고 식량이 바닥난다는 보고를 받고 인조가 했다는 말입니다. 아끼라는 건지, 주라는 건지 모호한데다 아무런 결단이나 판단이 들어있지 않으니 밑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요즘 정부를 보면, 이 영화가 떠오릅니다. 아무리 출범 100일이 안 된 대통령과 정부라 해도 시행착오를 넘어서는 갈팡질팡이 계속되고 있거든요.
이틀 전 윤 대통령은 하천수위를 모니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라고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이미 6년 전부터 도입돼 있는 겁니다. 누구나 실시간으로 수위 정보를 볼 수 있죠.
이에 대통령실은 '지류, 지천까지 포함하는 정밀한 예측 시스템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난달 29일엔 서울 신촌지구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1인 1총기' 소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금은 권총 한 정을 서너 명이 돌아가며 쓰는데 이를 경찰 개인별로 갖게 하자는 거죠. 흉악범에 강력대처가 필요하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테이저건 활용으로 옮겨가는 추세에 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2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나 경찰관들의 심리적 부담도 고려해야 하고요.
'피전감선'
백성이 홍수 같은 천재지변을 당했을 때 임금이 궁궐을 떠나 누추한 곳에 기거하며 수라상의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걸 뜻합니다.
율곡 이이는 이를 강조하면서도, 무엇보다 정치를 정성껏 하는 게 재난 대처의 근본이라고 했죠.
코로나에 경제난, 비 피해까지 덮치면서 국민은 그 어느 해보다 눅눅하고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 정책 하나에도 치밀한 고민을 담아내고 신중한 대통령과 참모들을 국민은 바라고 있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대통령 말의 무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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