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배달비.. 소비자·식당·앱·기사 모두 '울상'

김지섭 기자 2022. 8. 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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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낸 배달비 어디로 가나

일주일에 4~5회 배달앱에서 음식을 시켜먹던 직장인 오모(37)씨는 최근 배달 주문을 자제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2000~3000원을 넘지 않던 배달비가 올 들어 4000~5000원 이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오씨는 “요즘은 식당에 전화로 포장 주문을 해놓고 직접 가서 받아온다”고 말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달 플랫폼(앱) 시장이 올 들어 주문량이 급감하면서 기세가 크게 꺾이고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3~6월 국내 대표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결제 추정액은 2조3500억원에서 1조8700억원으로 21%(4800억원) 감소했다. 지난 2년간(2019~2021년) 배달앱 3사의 결제액이 7조원에서 23조4000억원이 돼 3.3배로 폭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거리 두기 완화로 외식 수요가 늘어난 까닭도 있지만, 배달비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온라인에서는 배달비가 너무 올랐다는 성토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배달비 상승에도 식당 점주, 배달 기사, 배달 플랫폼들은 하나같이 “갈수록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푸념한다. 소비자가 낸 배달비는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음식 배달용 중고 오토바이들이 판매되고 있다. 거리 두기 완화 이후 배달 기사 수입이 줄자 배달용 오토바이 중고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장련성 기자

◇배달비 상승에도 울상인 기사들

배달비 상승의 수혜자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배달 기사들이다. 하지만 대다수 기사는 건당 배달 단가는 예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올 들어 배달 건수가 많이 줄면서 종일 일해도 월 300만원 벌기가 어려울 만큼 사정이 더 열악해졌다고 하소연한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기본 배달료가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피크타임이나 기상 악화 등 필요한 때만 배달료를 조금 높여준다”며 “기사들은 매우 불안정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배달앱에서 콜을 받아 일하면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도 한 플랫폼의 배달 파트너로 등록해 배달 체험을 해봤다. 지난달 말 배달 주문이 많은 금요일 밤 시간대에 서울에서 1시간 30분 동안 3건의 배달을 하며 번 돈은 1만7871원이었다. 배달비 1만4871원에 오후 8~11시에 배달을 하면 주는 인센티브 3000원을 합친 금액이다. 연료비를 제하면 올해 최저임금(9160원) 기준으로 1시간 30분 동안 일해 벌 수 있는 시급과 비슷한 수준이다. 배달 경력 2년 차 김모(50)씨는 “월 400만~500만원 이상 번다는 글들은 배달원 모집용 허위 글이라고 보면 된다”며 “하루 10시간 넘게 일해 연료비, 보험료 빼고 10만원 넘기는 것이 쉽지 않아 대리운전이나 택배기사 쪽으로 넘어갈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식당, 플랫폼 모두 수익 악화

배달 수수료는 보통 전체 금액을 음식점 업주와 소비자가 분담하는 구조다. 기상 상태나 배달 시간대, 배달 거리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며 수수료가 너무 높으면 플랫폼 업체가 일부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업주와 소비자가 나눠낸다. 요즘 배달비가 많이 오른 건 배달 단가 자체가 올랐다기보다 업주가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몫이 늘어난 측면이 크다. 배달비는 낮게 유지하는 대신 배달앱에서 음식 가격을 매장가보다 20~30%가량 높게 책정하는 음식점도 많다.

이에 대해 음식점 업주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소연한다. 배달비 외에 배달앱 내 광고비 및 중개 수수료 부담이 워낙 크고, 인플레이션으로 인건비와 재료비가 크게 올라 배달비까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점주들은 배달 주문 1건당 각종 수수료와 광고비로 평균 33% 정도를 떼이는데 여기에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수수료 비율은 37~38%까지 올라간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2만원짜리 치킨을 팔아봤자 재료 값, 인건비, 관리비 등을 빼면 3000~4000원밖에 남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52)씨는 “거리 두기가 완화된 3월 이후부터 배달앱에서 아예 빠져나왔다”며 “총 배달비가 7000원이라고 할 때, 식당 입장에서는 이중 1000원을 부담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플랫폼 업체들도 사정이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19~2021년 각각 364억원, 112억원, 76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6배나 증가(5654억→2조88억원)했지만 수익은 크게 악화된 것이다. 쿠팡이츠의 경우도 지난해 35억원가량의 적자(서비스 부문)를 냈다. 지난 5월 김범석 쿠팡 의장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쿠팡이츠의 수익성 개선을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모두가 불행해진 배달 시장

플랫폼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이유는 지난해 쿠팡이츠가 주문 1건만 배달해주는 ‘단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업체 간 출혈 경쟁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단건 배달은 한 번에 여러 건의 주문을 배달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배달 인력이 필요하고, 비용 부담도 크다. 하지만 배달 시간을 줄이면서 도착 시간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단건 배달에 수요가 몰렸고, 플랫폼들은 단건 배달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배달 인력 확보에 막대한 인센티브 비용을 지출하고, 이탈 고객을 붙잡으려고 각종 쿠폰을 뿌리다 보니 수익이 크게 줄었다. 최근 플랫폼 업체들은 수익 악화를 견디다 못해 배달이 아닌 포장 주문에 대해서도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결국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는 크게 늘었지만, 배달 시장이 고비용 구조가 되면서 늘어난 배달비가 누구의 배도 불리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혈 경쟁에 시달리는 플랫폼들이 어떻게든 적자를 만회하려다 보니 배달 기사들은 플랫폼 업체로부터 받는 돈이 줄고, 식당 점주들은 플랫폼에 내는 광고비 및 중개 수수료가 크게 증가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건 배달로 서비스의 질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오른 배달료만큼의 효용을 느끼긴 어려워 불만이 높아졌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고비용 구조 때문에 앞으로 배달 시장 상황이 나빠질수록 배달비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는 “배달은 소비자들이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이점이 없으면 얼마든지 떠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현재 배달비 구조를 감안할 때 모두의 효용과 이익을 높이는 방향을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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