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추 한망에 2만원.. "살 엄두가 안나요"

김수연 입력 2022. 8. 11. 18:55 수정 2022. 8. 1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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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새 껑충 뛴 가격에 구매 주저
폭우에 더 힘들어져 상인도 한숨
추석 앞두고 밥상물가 천정부지
1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 배추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 김수연 기자
1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 내 수산시장 전경. 사진= 김수연 기자
1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고객이 젓갈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김수연 기자
1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 내 한 과일 점포에서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김수연 기자

'고물가' 엎친데 '폭우' 덮친 시장… 지갑닫는 소비자

"폭우에 배춧값이 껑충 뛰었어요."

115년만의 폭우로 밥상물가가 출렁이고 있다. 폭우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11일 오후 3시께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선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식재료를 구매하려고 찾아온 주부들이 급등한 가격에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난감한 표정으로 한참을 고민하던 주부 김모씨(40대)는 "배춧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세 포기에 2만원 정도 하는데 장마 시작 전보다 4000원 비싸졌다"고 말했다.

가락시장에서 판매되는 배추 '상' 등급 10㎏의 평균가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달 29일 1만4328원이던 것이 수도권에 물폭탄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1만8640원으로 올랐다. 9일 1만1259원으로 떨어졌다가 10일 다시 1만6181원으로 5000원 가까이 급등했다. 이날 1만5444원으로 소폭 내리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특' 등급 10㎏ 배추 평균가는 지난달 29일 1만8752원에서 폭우 이후인 10일 2만222원까지 올랐다. 11일 평균가는 1만9789원이었다.

판매자도 폭우 이후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한 숨을 쉬었다. 가락시장에서 배추를 파는 이모씨(70대)는 "1망(세 포기)에 2만원을 넘는 배추도 있다"면서 "채소는 그때그때마다 가격이 바뀌는데 폭우 때문에 시세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월·화요일만 해도 1만5000원하던 것을 이틀만에 1만9000원에 올려 내놓으니까 배추가 안 팔리고 남아 있다"며 "폭우 이후 물건이 비싸져서 예전처럼은 안 팔린다"고 덧붙였다.

과일 값도 불안하다. 가락시장 과일 점포에서 일하는 최모씨(60대)는 "비 오고 나서 토마토, 자두, 천도복숭아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폭우 때문에 과일이 안 들어와서 그렇다"며 공급감소를 설명했다. 또 다른 청과물 판매자는 "포도종류인 샤인머스켓은 최상급 2㎏짜리가 4만원까지 한다"고 말했다.

폭우에 새우젓 가격도 올랐다. 이날 새우젓 등 젓갈 제품을 사러 온 한 여성 정모씨(70대·식당 운영)는 "폭우가 오고 나서 비싸지고 물건 상태는 더 안 좋아 졌다"고 어두은 표정을 지었다.

대형마트에서는 육류 제품 인상을 체감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이날 서울 양천구 하나로마트에서 만난 한 주부(50대)는 "물가가 많이 올라 할인 품목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면서 "특히 고기 가격이 많이 올랐더라"고 전했다. 농협하나로마트 관계자는 "폭우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오를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어 할인을 계속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전년보다 25.9% 올라 2020년 9월(31.8%) 이후 1년1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배추 72.7%, 상추 63.1%, 시금치 70.6%, 양배추 25.7%, 미나리 52.0%, 깻잎 32.8%, 부추 56.2%, 무 53.0% 등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동향을 보면 10일 현재 배추 한 포기 가격은 6729원으로 평년 4527원보다 48.64% 뛰었다. 시금치 1㎏ 소매 평균 가격은 2만3633원으로 평년 평균 가격(1만4339원)보다 64.81% 올랐으며 오이는 10개에 1만3014원으로 전년(9106원)과 비교해 42.91% 상승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제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추석을 앞두고 명절 장바구니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추석 성수품 공급 규모를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계획이다. 20대 성수품 공급 규모를 평시 대비 1.4배 늘어난 23만톤으로 늘리고, 배추와 무 등 지난해보다 가격이 30% 넘게 뛴 작물에 대해선 정부 비축물량과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을 활용해 단계적으로 공급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수연·이상현·김동준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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