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반도체 초일류에 '100년 콘텐츠강국'까지

2022. 8. 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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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서울예술대 영상학부 교수

개인이나 나라가 부유해지는 것은 부(富)를 창출할 '기회'를 살리거나 큰 손실을 당할 '위협'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때다. 새 정부가 반도체 초강대국의 비전을 세우고 반도체 산업의 민간 투자(340조원), 인력 양성(15만명), 세제 혜택 등에 전방위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미·중 간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자칫 뒤쳐질 '위협'에 대처하려는 측면이 큰 것 같다.

다만, 국가적 관심이 반도체 대응에만 블랙홀처럼 빠져 들어가니, 국가 발전의 '기회'를 살리는 데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가 한국을 부러워 하는 게 있다고 외신은 전하는데 정작 한국은 그것을 잘 모른다고 한다. 한국의 음악·드라마 같은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유행하는 현상인 '한류'에 대해서다.

한류의 인기는 코로나 팬데믹의 기간에 더 높이 날아 올랐다. K-팝 커버 댄스(춤 따라 하기) 등의 한류 동호회 회원이 2021년 한국 인구(5165만)의 무려 3배인 1억 5000만에 달했다. 동남아 미국 유럽은 물론이려니와 이름을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서도 BTS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밤새워 시청하고 있다. 한국의 음악·영상에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려 있고, 한국에는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한류 열풍 덕분에 필자가 일하는 대학에도 최근 해외 정부 관계자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상원의 노노 삼포노 제1부의장을 포함한 의원 12명이, 올 5월에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다녀간 데 이어 지난 달 1일에는 영국 연방의회 자라 술타나 의원(노동당) 등 의원 4명이 찾아왔다.

술타나 의원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 모든 타이틀을 시청했다"며 "주한 영국 대사를 통해 협업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노 삼포노 부의장은 서울예대의 교육시스템을 자국에 옮겨 심을 수 있는지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류 열풍이 세계를 휩쓸면서 한국 예술교육 시스템도 수출 상품이 된 것 같다.

한류의 인기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도 높아져 화장품·패션이나 소주·라면 같은 연관 소비재의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한류 연관 소비재의 수출 효과는 한류 콘텐츠 수출액의 2.48 배에 달한다고 분석된 바 있다. 한류 드라마 촬영지에 대한 외국 관광객의 유입과 K-팝 공연 등이 만들어내는 일자리 효과도 크다. BTS의 잠실 공연 단 1회에 최대 1만815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조사됐다.

한류는 이미 한국의 수출과 일자리, 경제성장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한류를 '뜻 밖의 성공'이라고 가벼이 여기거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 70세 노인이 9대 독자 얻은 듯 금이야 옥이야 키워 '100년 한류'로,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중예술의 역사에서 보면 모든 유행은 결국 사라지고, 새로운 유행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일본 드라마도 2000년 대 초반 세계적으로 꽤 인기였고, 당시만 해도 한국 방송은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게 많았다. 홍콩 영화도 1980~1990년대 배우 유덕화·주윤발을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언제인가 썰물처럼 사라졌다. 한류가 끝없이 흐르기를 바라지만, 한류의 앞날에도 국제적으로 치열한 경쟁이라는 큰 도전이 놓여 있는 것이다.

영국과 인도네시아의 의원들이 예술대학을 찾아온 것도 자국의 문화산업을 더 키워 관광 등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를 활성화 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지난 달 4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첫 기자회견에서는 문화관광 분야의 규제혁파 방안이 발표되었고, 지난 달 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는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새 정부가 K-문화콘텐츠 산업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만들 담대한 비전을 세워야 한다.

건초도 햇볕이 있을 때 말려야 하고, 쇠도 달궈졌을 때 쳐야 하듯 유례없는 한류의 기회를 관광·수출·해외 진출 등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연결해야 한다. 문화체육부 장관이 밝힌 대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으며' 한류의 기회에 국가적 에너지를 모아 경제성장과 일자리 강국으로 가는 전략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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