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 논란' 김해 구산동 고인돌 4월에 이미 박석 다 걷어냈다

김예나 2022. 8. 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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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 치워진 현장사진 확인..'손으로 하나씩' 김해시 주장 뒤집히나
"문화재보호법 위반 정황" 지적..문화재청, 조사 후 수사 의뢰할 듯
지난 4월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공사 현장을 찍은 모습 [독자 한진무 씨 촬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세계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기념물) 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미 수개월 전에 중장비를 동원해 바닥의 박석(얇고 넓적한 돌)을 걷어낸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김해시는 문화재 당국과 협의 없이 정비 공사를 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장비 사용은 줄곧 부인해왔다.

11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지난 4월 당시 구산동 지석묘 부근 사진을 보면 김해시가 추진하는 정비 공사 과정에서 묘역에 있던 박석을 이미 모두 걷어낸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4월 24일 낮에 촬영한 이 사진은 공사장 인근 아파트에서 찍은 것이다.

과거 유적을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면 차이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2017년 김해시가 제공한 사진에는 덮개돌인 상석(上石)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박석이 길쭉한 모양으로 놓여 있으나, 올해 4월 촬영한 사진에서는 이를 찾기 힘들다.

구산동 지석묘의 경우, 박석이 묘역을 표시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묘역 넓이가 1천615㎡, 약 488평에 달하는데 올해 4월 찍은 사진에는 상석 위쪽에 놓여 있는 돌무더기를 제외하고는 돌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2017년과 올해 4월 지석묘 비교 지난 2017년 김해시가 언론에 제공한 사진(왼쪽)과 올해 4월 24일 촬영된 모습을 비교한 것. 상석을 중심으로 위 아래에 있던 박석이 걷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독자 촬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더기로 쌓인 돌은 크기가 제각각인데 어떠한 표식도, 배열도 없는 상태다. 박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사진에는 굴착기(포클레인) 1대가 움직이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토양 상태 등 사진에 나타난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굴착기는 박석이 있던 곳을 오가며 작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굴착기로 파헤친 듯한 부분에는 흙과 돌이 함께 뒤섞여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김해시는 햇빛, 비바람에 훼손된 바닥 돌을 하나하나 손으로 빼 고압 세척, 표면 강화처리를 한 후 다시 그 자리에 박아넣었고 중장비를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사진을 검토한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해 지석묘를 여러 차례 방문했던 한 전문가는 "박석을 드러낸 것만 해도 유적 훼손인데 포클레인이 박석을 들어내고 땅을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박석을 하나하나 손으로 빼 원위치에 박아 넣었다면 박석이 모두 걷어진 듯한 이런 사진이 나올 수 없다"며 "매장문화재법에 더해 문화재보호법까지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다른 정보를 떠나서 사진을 토대로 추정하면 박석을 걷어내고 땅을 고른 뒤 정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포클레인이 동원된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현장 사진을 보면 김해시의 이른바 '수작업' 해명이 비현실적이란 견해도 많다.

지난 4월 촬영된 사진을 확대한 모습 상석 위편에 돌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굴착기(포클레인)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독자 한진무 씨 촬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박석 자체가 한 사람이 들 수 없을 정도로 큰 경우도 많다. 이걸 하나씩 빼서 다시 넣으려면 보관 장소도 필요한데 장비를 쓰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사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연합뉴스에 "당시 현장에 붙어있던 공사 안내문에는 기간이 7월 31일까지였는데, 시기가 임박하자 돌 부수는 듯한 소리와 장비 소리가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정된 기간에 맞추지 못했는지 이후 기한이 8월 31일로 늘어나 있었다"며 "굴착기 등 장비 사용은 전에도 있었지만 늦어진 공기를 맞추려 한 것처럼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해시 측은 "포클레인이 지석묘 정비 공사 현장에 있기는 했지만, 묘역 주변 가장자리로 배수로를 만드는 등 배수로와 경사로 작업에 동원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이날 현장을 찾아 정비 공사로 인한 훼손 여부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주중에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현장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지난해 발굴 당시 찍은 사진을 토대로 현장 지층과 도랑 등을 파보며 박석 아래의 흙이 어느 정도 깎여 나갔는지, 박석 제거 과정에서 중장비를 사용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김해시 측이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한 사실을 이미 확인한 만큼 구체적인 훼손 규모와 남아있는 지하 유적 등을 파악해 조만간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11일 공사 현장을 조사 중인 관계자들 [독자 촬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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