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칼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서두를 필요없다

2022. 8. 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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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현재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있는 실물화폐의 디지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지불수단과 형태는 동일하다. 다만, 온라인 지불수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업은행에 계좌가 필요한 반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에 계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 아직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고 있지 않다. 현재는 금융기관만이 한국은행에 계정을 보유할 수 있고 개인은 한국은행에 계정을 보유할 수 없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대한 세계적인 현황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아틀란틱위원회에 의하면, 현재까지 112개 국가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그 중 나이지리아, 자메이카, 바하마, 동카리브 지역의 8개국 등 총 11개 국가에서 이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도입하였다. 또한 한국, 중국(홍콩 포함),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스웨덴, 리투아니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 에미리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3개 국가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사용을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세계의 주요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미국의 경우 아직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으면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도입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유럽의 경우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도입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중앙은행에서 디지털화폐를 발행한다는 것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지급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에서 새로운 지급결제시스템으로서의 디지털화폐를 도입하게 되면 어떠한 이점이 있을까?

우선 국내적인 이점으로는 그동안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상당수의 국민들이 은행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사용을 위한 지급결제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이들 국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도입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도입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국제적인 이점으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통해 국가간 결제가 이루어질 경우 국가간 결제가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 그 비용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간 결제 비용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에서 국가간 결제비용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데, 최근 세계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3월 현재 200달러를 국가간에 송금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평균 비용이 6.09%, 즉 12.18달러가 소요된다. 국제 금융 및 무역 거래의 당사자들은 결제비용을 더 줄일 수 있는 국가에서 발행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사용하려 할 것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국제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간의 경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미국, 유럽, 중국 등이 기축통화의 지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도입해야 할까? 우선 국내적으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도입할 이유가 크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업은행을 통한 금융서비스가 보편화돼 있고 이미 온라인 결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통한 결제시스템을 도입해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이익이 크지 않다. 오히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도입하고 이를 유지하는 비용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적으로는 아직 원화가 국제통화로 널리 이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도입할 명분이 크지 않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국제결제를 목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미국과 유럽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시기에 맞춰 함께 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국제결제를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시스템이 서로 통용 가능해야 하는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통한 국제적인 결제시스템의 경우에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시스템도 그에 맞춰 도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이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도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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