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 "당헌 80조가 검찰침탈 루트? 창피해"

조현호 기자 2022. 8. 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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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기소 직무정지 조항 개정 청원에 쓴소리 나와
조응천 "2015년 야당시절 만든 혁신안…민심에 반하는 내로남불"
유인태 "당원들 지지로 위성정당, 당헌 개정 후 천벌받아"
친문 전해철도 반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부정부패로 기소된 자의 당 직무정지를 규정한 당헌·당규 80조의 개정 움직임에 “창피하다”, “민심에 반하는 내로남불의 계보를 잇는 행위”, “천벌 받은 일을 잊었나”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조아무개 당원이 지난 1일 당원 청원 시스템에 올린 청원에서 당헌·당규 80조를 개정해 직무정지 여부 등을 윤리위원회가 아닌 최고위원들이 결정하고, 최종 결정은 당원 투표로 하게 하자고 제안한 이후 11일 오후 3시40분 현재 당원들의 청원 동의 수는 7만 명이 넘었다.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각종 의혹사건이 검찰에 기소되면 대표직 직무정지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이유로 과거 야당 시절 만든 당 혁신 또는 쇄신 규정을 하나둘씩 제거해 당에 모럴 헤저드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연결에서 '당헌 80조 개정 논란'에 “저는 정말 좀 창피하다”고 털어놨다. 조 의원은 “우리 당이 지난 4월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 때 귀책사유가 우리 당에게 있으면 후보를 안 낸다, 그 당헌이 있었는데 그거 그때 개정해서 후보 냈다가 참패하지 않았느냐”며 “그 전까지 연전 연승을 하던 우리 당이 이후에 대선 지방선거 내리지고 야당이 되고 지금까지 밀려왔다. 역풍 맞았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그런데도 이 시점에 당헌을 바꾸는 것을 두고 “하필이면 지금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는 일을 하는 것은 민심에 반하는 일이고 내로남불의 계보를 하나 더 잇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1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담하고 있다. 사진=CBS 영상 갈무리

특히 이 당헌 80조가 민주당이 야당 때인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때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 조국 혁신위원, 문재인 대표 시절에 만들어졌다. 당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반부패 혁신안'의 대표 상품으로 이 조항을 내놓았다는 점을 들어 조 의원은 “야당 때 만든 걸 갖다가 지금 또 야당 됐으니까 검찰의 침탈 루트 된다, 그래서 없애겠다? 이거 어이없는 거 아니냐”며 “당시에 김상곤 조국이 민주당을 검찰 손에 맡기겠다고 그런 당헌 개정을 한 거다? 그렇지가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찰 수사가 당 경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진행자 질의에 조 의원은 “공소시효 만료일이 9월8일이라 시간이 거의 없다. 남은 건 법카에 대해서 김혜경씨 조사는 필수이고, 이재명 지사가 과연 알았느냐 몰랐냐,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까지를 조사하는 게 이번 경찰 수사의 마무리”라며 “이미 언론 보도에 '몰랐다'고 나오는 것을 보니, 경찰이 그 이상으로 밝혀내기는 그렇게 쉬운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헌 80조 개정 시도 논란을 두고 이 조항도 문제가 있다며 당 지지율이 낮을 때 혁신위를 만들어 당 바깥에서 정치를 까마귀가 노는 동네라고 보던 사람들이 만든 조항이라고 거리를 뒀다. 유 전 총장은 “다만 지금 이게 또 강제 조항도 아니라 그러고 이재명 후보하고 제일 가까운 정성호 의원도 방송에 나와서 저거 개정할 필요 없다고 얘기를 하는 등 강제 조항도 아니다”라며 “개딸들이 청원해서 시작된 거 아니냐. 더 이상 개정하자는 논란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고, (이 대표) 자신이 대표돼 여야가 같이 정치 특위를 만들어서 이런 잘못된 조항을 손 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도 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지금이냐”며 “손 볼 필요는 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서울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 이후 당헌·당규를 고쳤던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느냐는 질의에 “지금 이재명 후보한테 갖는 불안감은 걸핏하면 '당원이 주인이다'라면서 당원 투표로 당헌도 개정할 것 같은데, 민주당을 망하게 한 것, 천벌 받을 짓 한 것 두 가지가 있다”며 “위성 정당을 만든 것과, 2021년 보궐선거 당헌 고친 것”이라고 지목했다. 유 전 총장은 “전부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서 됐다”며 “작은 이익 때문에 큰 걸 못 보는 또 그런 우도 범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천벌 받을 짓을 했다”며 “걱정된다. (당 대표) 투표율도 그러니까 형편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이번 당 대표 선거에 불출마했던 친문 대표 주자인 전해철 의원도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기소 즉시 직무정지' 규정을 명시한 '당헌 제80조'는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시절 의결된 당 혁신안”이라며 “이를 전당대회 과정에서 바꾸거나 없애는 것은 그 동안의 노력을 공개적으로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은 “오히려 민주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 더욱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경의 부당한 정치개입 수사가 현실화됐을 때 기소 만으로 당직자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는 실제 그러한 문제가 불거진 후 당 차원의 공론화 과정과 충분한 의견 수렴에 의해 검토되고 결정되어야 할 일”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한 반성과 쇄신 의지를 토대로 민주당의 미래와 혁신의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이번 전당대회 주요 의제가 되도록 노력하는 일”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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