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다시 검사하라".. 판사가 봐도 미스터리, 구미 여아 사건 원점

이승규 기자 2022. 8. 11. 18: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8월 17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친모' 석모씨가 법원을 떠나고 있다./뉴스1

지난해 2월 경북 구미 한 빌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만 2세 여아 보람양 사건과 관련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검찰에게 DNA 검사 등 증거를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11일 대구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이상균)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법원은 검찰에 “(피고인의) 미성년자 약취 혐의가 완벽히 증명됐다고 보기엔 모호한 부분이 많다”면서 “DNA 검사를 다시 해보고 증인 조사를 추가로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 재판의 피고인인 석모(49)씨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석씨가) 국내 기관의 유전자 검사를 원치않는 만큼, 신뢰도 있는 해외기관 등에서 진행해주길 요청드린다”고 했다.

석씨는 2018년 3월쯤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자신이 외도로 낳은 보람양과 당시 19세였던 딸 김모(23)씨가 낳은 외손녀를 바꿔치기한 혐의(미성년자 약취) 등으로 기소됐다. 김씨는 보람양을 친딸로 알고 키웠지만 지난 2020년 8월 재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또다른 자녀의 출산이 다가오자 보람양을 빌라에 방치해 숨지게 만들었다. 살인죄로 기소된 김씨는 지난해 1·2심에서 모두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고, 상고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보람양 시신 발견 직후 석씨는 경찰에 자신을 외할머니로 밝혔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 등이 수차례 실시한 DNA 검사 결과 보람양의 친모로 밝혀졌다. 석씨는 빌라에서 보람양 시신을 발견한 뒤 이를 숨기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사체유기 미수)도 받고 있다.

석씨는 지난해 8월 1심과 올해 1월 2심 재판에서 모두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1·2심 재판부는 모두 “석씨의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 미수 혐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수차례에 걸친 DNA 감정 결과에서 석씨와 보람이간 친자 관계가 증명됐고 시료 채취나 분석 과정에서 조작이나 훼손이 없었던 점, 석씨가 임신 추정 기간에 생리대를 구매하지 않는 대신 보정 속옷을 샀고 아기 바꿔치기 추정 기간에 아기의 몸무게가 급격히 줄어든 점, 아기 발목에 고정돼 있어야 할 식별띠가 훼손된 점 등이 주요 증거로 인정됐다.

하지만 지난 6월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보람양이 석씨 친딸은 맞지만 아기 바꿔치기를 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는 취지였다. 당시 대법원은 “목격자 진술이나 폐쇄회로(CC) TV 영상 등 직접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대구지법 재판부는 “(대법원의 취지는)여러 가지 사안을 다시 살펴서 결론을 내라는 것”이라면서 “석씨가 아기 바꿔치기를 했던 동기, 시기, 방식 등을 지금 상황에선 알 수 없는 만큼 검찰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은 석씨와 석씨의 두 딸 등 임신이 가능한 3명에 대한 DNA 검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관, 아기 바꿔치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부인과 간호사, 석씨의 직장 상사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방침이다.

이날 석씨는 재판부에 “사회의 공분을 받았다는 이유로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사건을 잘 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석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3일 오후 4시 대구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