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광고 판치는 유튜브..취약차주 지원한다면서 '정부사칭 대부업' 광고는 소극적

2022. 8. 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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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정부 지원' 대출 광고.. 실상은 '대부업체'
합법 업체마저 '대부' 정체 숨기고 꼼수 영업
당국, 업계 자율 사전 심의 추진.. 실효성 의문
청소년 TV보다 유튜브 많이 보는데.. TV만 규제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 ‘서민금융지원’ ‘정부 지원 대출’ ‘3.2% 금리’

A씨는 최근 유튜브를 보다 제일 첫머리에 뜬 영상에 눈길이 꽂혔다. 클릭하자 ‘최저금리’ ‘정부 지원’ 등의 키워드와 함께 대출 상품이 소개됐다. 관련 링크에 접속하니 한도 조회도 가능했다.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한 지 3분도 채 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상담사는 신상 정보를 묻고는 “조건에 맞지 않아 정부 지원은 어려울 것 같다”며 “다른 상품을 연결해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전화에 불이 났다. ‘00캐피탈’, ‘00대부업체’ 등에서 연달아 전화가 왔다. 견디다 못해 상담사에게 연락했다. “거기 정부 기관 아니었나요?” 상담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 “저희는 대부업체입니다.”

[사진=유튜브 재생 목록 중 영상 콘텐츠처럼 보이는 한 대출 광고. '국민' '지원' 등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정부 기관으로 오인케 하거나, 정부 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유튜브를 통해 광고하는 대부업체의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업과 대부중개업은 업체명이나 광고에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대부’라는 표현을 넣어야 하지만, 이들은 별도 명칭을 쓰는 편법을 통해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유튜브 광고도 업계 자율로 사전 심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업체인데, 사이트명은 ‘금융지원센터’…소비자가 어떻게 아나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에 정부 기관으로 오인할 수 있는 사이트명을 사용하거나, 정책 상품을 취급한다고 광고해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대부업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간판은 정책 상품이라고 걸었지만, 이들 대다수는 캐피탈 등 2금융권 대출이나 대부업 대출을 중개한다.

유튜브 대출 광고 속 링크를 클릭하니 해당 페이지로 연결됐다. [유튜브 갈무리]

대부분 금융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 정식 등록된 합법 업체지만, 소비자가 대부업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은 대부업체나 대부중개업체는 상호와 광고에 ‘대부’라는 단어를 명기하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가 대부업체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업체들은 등록한 상호와 별도의 업체명·사이트명을 쓰는 방식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꼼수를 쓰고 있다. 가령 등록 상호는 ‘○○대부’지만 사이트명은 ‘취약계층금융지원센터’ 같은 식으로 대부업체라는 것을 숨기는 것이다. 대신 웹페이지 하단 등 찾기 힘든 위치에 깨알 같은 글씨로 등록 상호를 표시하는 식으로 빠져나간다.

당국, 인프라 부족한 대부협회에 ‘유튜브 광고 사전 심의’ 맡기려...

특히 유튜브를 통한 노출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유튜브는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검색하지 않더라도 알고리즘에 따라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더 큰 파급력이 우려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대부금융협회가 유튜브 대출 광고를 사전에 심의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협회는 유튜브 광고를 미리 받아 심의하고 부적격 요인이 발견될 시 수정을 요구하거나 광고 불가 판정을 내릴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튜브 상의 대출 광고 이슈가 있어서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이 됐다. 타 금융권 광고 규제도 유사한 체계로 운영 중이고 이 심의 체계를 통해서 면밀히 모니터링 하되 위반사항은 엄중히 조치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사전 심의는 업체가 요청한 경우에만 진행되기 때문에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현재 방송과 지면 광고의 경우도 등록된 회원사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사전 심의한다. 요청이 없는 경우 사전에 문제점을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협회 자율의 사후 심의도 있지만 이 또한 효과는 제한적이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인프라가 부족한 협회가 모든 매체의 광고를 심의할 수는 없다”며 “협회는 자율적 심의 권한을 받아 도움을 줄 뿐, 원칙적으로 금융당국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TV광고 금지하면서 유튜브는 그대로…속도 못따라가는 규제

금융감독원은 광고 심의가 협회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의 광고 심의는 대부업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 보험 모두 협회의 자율 규제 사항으로 법령에 위임돼 있다”며 “금감원은 협회가 심의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검사하는 정도의 역할만 수행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검색창에 '정부 대출'을 입력하니 정부 관련 키워드를 사용한 대부업 광고가 줄줄이 나왔다. [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대부업의 경우 TV 광고에는 상당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당국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부업 방송광고는 지상파에서는 전면 금지돼 있고,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시간대별 규제가 적용된다. 지난 정부에서는 방송 횟수도 자율적으로 줄이도록 행정지도를 하기도 했다. 광고 문구도 쉽게 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은 넣을 수 없고, 신용등급 하락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도록 규제돼 있다. 국회에서도 대부업 광고를 방송에서 완전 퇴출시키거나 청소년 이용시간만이라도 제한하는 등의 규제 법안을 여러차례 낸 바 있다.

매체 이용 행태가 TV에서 모바일로 넘어갔음에도 유튜브 등 뉴미디어 광고 규제에는 여전히 협회 자율만 강조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당국이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소비자 각자가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이 직접 해당 대출을 취급하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정부 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으로 대출을 알아볼 시 업체명 등을 확인하고, 대부업 이용 시에는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식 등록된 업체인지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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