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70% 文정부때 임명..경영평가 내세워 사퇴 압박

이종혁,송민근 2022. 8. 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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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LH사장 사의
대규모 물갈이 신호탄
재직중 강제 해임 어려워
도덕적 해이 이유로 우회 압박
임기 20개월 남기고 사의
지난해 경영평가 낙제점 받은
코레일·석탄公사장 등 좌불안석
정책설계자 국책硏 원장도 불안

◆ 공기업 수장 사퇴 ◆

임기를 1년8개월 남기고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1일 사의를 표한 것은 임직원의 제주도 출장 골프 파문 등 기강 해이가 수면에 드러난 게 작용했다. 재작년·지난해 실적에 대해 2년 연속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미흡)을 받은 것도 사임 압력을 가중시켰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국세청장, LH 사장을 지낸 김 사장의 사임은 지난 정권이 임명한 대형 공공기관장과 국책연구기관장들의 물갈이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이달 10일로 출범 3개월을 맞았다. 그러나 정권 철학에 따라 정책을 집행·설계할 공공기관·국책연구기관은 거의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들이다. 이들 상당수는 임기가 2024년 이후로, 현 정권 임기 절반을 함께한다. 매일경제가 최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공공기관·국책연구기관 368개 중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기관은 250여 곳이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와 산하 발전 계열사, 강원랜드·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수서고속철도 같은 공기업 36개 가운데 기관장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곳은 30개로 전체의 83.3%를 차지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국책연구기관 26곳은 지난달 물러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을 빼면 전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이 임기를 지키고 있다.

김 사장을 빼고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물러난 기관장은 이동걸 한국산업은행(KDB) 회장,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 원장, 황 원장 정도다. 여기에 김 사장이 사의를 밝히며 향후 공공기관, 특히 에너지·교통을 포함한 대형 공기업의 수장들이 대거 교체될 지 관심이 쏠린다.

관가에서는 일단 모럴해저드와 방만경영 실태가 드러난 곳을 중심으로 기관장들이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 발표된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주요 기관장은 최하 E등급(아주 미흡)이 찍힌 나희승 코레일 사장이 있다. 또 김영산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사장과 원경환 대한석탄공사 사장,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LH와 같은 D등급을 받았다. 나 사장은 남북철도 사업을 주창하며 문재인 정권과 긴밀하게 교류해왔다. 원 사장은 전 정부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낸 뒤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제21대 총선에 출마한 전력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향후 재무 건전성 등 정량적 지표를 이유로 기관장 해임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50개 공공기관의 부채 총계는 지난해 약 583조원으로 2016년 말(약 499조원) 대비 16.7%, 약 84조원 늘었다. 정부는 올해 경영 실적부터 적용할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을 다음달 수정한다. 100점 만점 중 전 정부에서 25점까지 늘린 사회적 가치 지표 비중이 줄고, 현 5점인 재무성과 지표는 커진다. 이석환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재무 성과라는 객관적 평가 지표를 강화하면 일반적으로 정권의 인사 교체 의지를 관철시키기 어렵겠지만 기관들의 재무 상태가 많이 악화했다면 교체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H는 지난 6월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됐다. 사업 수익성 악화 기관으로 함께 지정된 곳은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동서·남부·서부·중부발전 5개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이다. 이외에 석유공사, 광해광업공단, 가스공사, 석탄공사도 재무구조 취약 지적을 받았다.

문재인 정권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이른바 '알박기' 기관장에 대한 사임 압력은 더욱 무겁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KAC) 사장은 청와대 사이버정보비서관을, 김창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각각 지냈다. 이창훈 한국환경연구원 원장은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은 토지 소유의 공(公) 개념을 주장하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단으로 분류되는 학자다. 이 밖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각각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활동한 이력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다만 정부가 경영 부실이나 기강 해이가 드러난 기관 외에 무리하게 기관장들을 교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종혁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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