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상반기 실적 '역대급'인데.. 자동차 보험료 인하는 '난색'

이경탁 기자 2022. 8. 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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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손보사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평균 69% 증가
금융 당국 "이익 급증한 손보사, 하반기에 車보험료 인하해야"
손보업계 "폭우 사태로 하반기에는 이익 줄어들 것"

5대 손해보험사(손보사)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손보사들의 이익이 크게 늘면서 자동차 보험료를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손보업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에 있는 차량들./뉴스1

◇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상반기 날개 단 손보사… 현대·DB·메리츠, 이익 증가율 두 자릿수

현대해상과 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는 11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대다수 대형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현대해상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9% 증가한 368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원수보험료)은 8조600억원, 영업이익은 50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 38.4% 성장했다.

DB손해보험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56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2%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586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9.2% 증가하고 매출은 7조9107억원으로 6.4% 성장했다.

메리츠화재도 상반기 당기순이익 463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8.9% 증가했다. 매출액은 5조2,826억원, 영업이익은 6404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61.6% 성장했다.

삼성화재 사옥 전경./삼성화재 제공

앞서 지난달 21일 실적을 발표한 KB손해보험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4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5% 급증했다. 보험 손해율 개선과 함께 보유 부동산(빌딩, 2160억원) 매각 효과 덕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화재의 경우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0.8% 성장한 7499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손보사들에 비해 이익 증가 폭이 미미하지만, 이는 지난해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에 나온 1400억원의 특별배당 기저효과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1.49%를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배당에 대한 일회성 요인이 사라진 것이다. 삼성전자 배당 효과를 제외하면 삼성화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삼성화재의 상반기 매출액은 작년보다 1.3% 늘어난 9조8875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 성장한 1조28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래픽=손민균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고유가에 따른 자동차 운행량 감소 ▲안전속도 5030 시행 ▲불필요 입원 방지 정책 등의 효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감소한 덕이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에서 지급한 보험금을 차감한 수치다. 손해율이 내려갈 수록 보험사들의 이익은 늘어난다. 자동차보험료 수입은 연간 20조원 규모로 손보사 수입보험료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9~81%로, 이 수치가 80% 밑을 기록하면 손보사들은 양호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올 상반기 5대 손보사들은 모두 70%대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삼성화재 76.3%, 현대해상 78.0%, DB손해보험 76.5%, KB손해보험은 75.9%, 메리츠화재는 74.1%다.

◇보험료 인하 압박에 난색 보이는 손보업계… “폭우로 하반기에는 손해율 크게 오를 것”

삼성화재 등 5대 손보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효과를 반영해 지난 4∼5월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1.2∼1.3% 인하한 바 있다. 자동차 보험료 조정은 2020년 1월 3%대를 올린 후 2년 만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이 실적에 부합하는 보험료 조정을 통해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의 자동차 보험료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감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 들어 이익이 급증한 만큼 자동차 보험료를 추가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하 압박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이 높았던 ‘골칫덩이’ 상품으로, 흑자를 낸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게 손보사들의 주장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자동차보험이 흑자를 기록한 경우는 지난해와 지난 2017년 2차례 뿐이었다. 손보업계는 특히 한 해 두 번이나 보험료를 인하하는 적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손보업계는 특히 이번 수도권 폭우 사태로 인한 피해를 보험료 인하 압박을 피할 명분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1일 오후 12시까지 집중 호우로 인한 국내 12개 손보사 추정 손해액은 약 1274억원(침수 신고 9189대)을 기록했다. 5대 손보사 기준으로도 침수 신고 차량이 7811대로 추정 손해액은 1082억원이다.

1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임시 보상서비스센터에 연일 내린 집중호우에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연합뉴스

손보업계는 이번 폭우 사태와 함께 앞으로 있을 지 모를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 손보사들의 올 하반기 손해율은 상반기보다 5%포인트 넘게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례없던 폭우 사태로 피해가 막심해 보험료 인상까지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동결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손보사들이 결국 금융 당국의 보험료 인하 압박을 이기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새 정부 초기 정부 당국에서 방침을 내린 이상 보험사들이 결국 정책을 따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0일 중부 지방의 집중호우로 인한 손실은 국내 손보사들이 충분히 관리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P는 “수도권에 내린 집중호우와 일부 지역의 침수 피해로 손보사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주요 손보사는 효율적인 재보험을 활용해 순손해액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반기 손해율 관리도 잘 이뤄져 세전 이익 대비 예상 손실 규모는 관리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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