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세계~균사체 정원..아르코미술관 '땅속 그물 이야기'

박주연 2022. 8. 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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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기술융합지원’사업 일환
국내외 작가·큐레이터·콜렉티브 참여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온라인 가상 전시 플랫폼서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전시
알라야리·업체·혼프·케이켄·황선정·돈선필 등 21개팀 참여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22 아르코미술관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땅속 그물 이야기' 전시회 기자간담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3D프린팅을 통한 조각작품이 전시돼 있다. 2022.08.11.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곰팡이가 지구상의 모든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 준다는 걸 아세요? 지구, 생태계의 신경망이죠. 곰팡이의 세계는 탈중앙화하고 있는 인간의 네트워크 체계, 뇌의 신경망과도 닮았어요."(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

웹3.0의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체계를 버섯·곰팡이 등 근균 시스템에 비유한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땅속 그물 이야기'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11일 개막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 기술융합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아르코미술관 전관과 온라인 가상전시 플랫폼에서 펼친다.

3D 프린팅, CGI 필름, 애니메이션 및 알고리즘, 몰입형 가상현실 작품 위주의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전시로 구현한 이번 전시에는 케이켄, 나타샤 톤테이, 혼프, 황선정 등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 21개팀이 참여했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오랜만에 해외 작가들도 국내에 들어와 함께 참여한 뜻 깊은 전시"라며 "온라인 전시가 함께 이뤄지는 만큼 언제, 어디서나, 휴가지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22 아르코미술관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땅속 그물 이야기' 전시회 기자간담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3D프린팅을 통한 조각작품이 전시돼 있다. 모레신 알라야리의 '미지의 것을 보는 그녀: 아이샤 콴디샤'. 2022.08.11. scchoo@newsis.com

오프라인 전시는 아르코미술관 제1전시실 '미지와 야생', 제2전시실 '변이 세계', 스페이스필룩스 '지하의 정원'과 아카이브 라운지에 마련된 '균사체의 정원' 온라인 전시 뷰잉룸으로 구성된다.

1전시실 '미지와 야생'은 여러 세대를 거쳐 전수된 신화, 정령과 야생의 공존 서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곳에서 관객을 처음 맞이하는 작품은 모레신 알라야리의 '미지의 것을 보는 그녀-아이샤 콴디샤'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22 아르코미술관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땅속 그물 이야기' 전시회 기자간담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참석자들이 전시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2022.08.11. scchoo@newsis.com

아이샤는 이슬람권에서 가장 경외하는 정령 중 하나로, '강의 정령'이자 '여는 자'로 알려져있다. 남성을 정복할 때 그들의 신체를 열어 교통 가능항 구역으로 만든 후 정령이나 악마를 받아들이게 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남성으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겪은 비서구 여성의 분노에 초점을 맞추고, 가려지고 배제된 이들의 눈물에 주목한다.

무니페리의 '리서치 위드 미, 실종: 유령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나타샤 톤테이의 '마팔루스세 시대', 클라라 조의 '디 아니마', 이영주의 '표범의 눈'과 환영'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22 아르코미술관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땅속 그물 이야기' 전시회 기자간담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참석자들이 전시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2022.08.11. scchoo@newsis.com

2전시실은 '변이세계'를 주제로 꾸며졌다. 기술에 의해 증강된 의식과 그물망처럼 연결되는 자아, 합성과 변형을 거쳐 생성된 변이종의 세계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황선정의 '탄하무' 프로젝트 케이켄+클리포드 세이지'의 '형태형성의 천사들과 버블이론', 돈선필의 '사족보행 스테이션', 업체의 '업체코인 브레드크럼' 등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황선정의 '탄하무' 프로젝트는 땅속 뿌리와 균류의 상호작용과 네트워크를 일컫는 '우드와이드웹'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탄하무-춤의 시간들'은 탄하무 프로젝트의 3번째 작품으로, 근균 시스템을 땅 위로 확장, 사물과 인간의 관계성을 드러낸다.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비인격적 커뮤니케이션을 춤으로 환원하는 이 영상은 신경망·뉴럴네트워크 같은 연산을 활용해 인간의 움직임과 감각이 비인간과 연결되는 지점을 드러낸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22 아르코미술관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땅속 그물 이야기' 전시회 기자간담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참여 작가 케이켄이 VR을 통한 시뮬레이션 시연을 하고 있다. 2022.08.11. scchoo@newsis.com

황선정 작가는 "균사체와 지실체에 평소 관심이 많다. 이들은 땅 속에서 서로를 도와주며 생존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며 "인간으로부터 비롯된 기후변화 등 앞으로 다가올 지구의 문제들을 균사체의 지혜를 빌려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돈선필의 '사족보행 스테이션-아토믹'은 '특수촬영'이라는 독특한 영상 장르의 작동 구조를 통해 고해상도 리얼리티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지며 감동이 없어지고 있다"며 "피규어 형태의 입체 조형물과 서사적 영상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실제 사물을 바탕으로 영상물을 만드는 옛 기술을 표현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22 아르코미술관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땅속 그물 이야기' 전시회 기자간담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참석자들이 전시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2022.08.11. scchoo@newsis.com

케이켄은 '형태형성의 천사들과 버블이론'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으로부터 500년 후의 세계를 살아가는 업그레이드 된 인간 '천사'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관찰하는 모습을 담았다. 가상현실(VR)기술로 작품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케이켄은 "우리의 마음이 가진 에너지, 기가 어떻게 서로 교차하고, 확장하고, 중첩하는 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계속 VR작업을 하며 단계적으로 에피소드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22 아르코미술관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땅속 그물 이야기' 전시회 기자간담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참석자들이 전시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2022.08.11. scchoo@newsis.com

2층 아카이브 라운지에 마련된 온라인 전시 뷰잉룸에서는 온라인 가상전시 '균사체의 정원'을 통해 페스티벌 참여작가들의 다양한 디지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근균 곰팡이의 생장 특징에 따라 구성한 마이크로 세계가 펼쳐진다. 관람객은 스스로 미세한 포자가 돼 땅속 그물망으로 연결된 가상공간을 탐험하며,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7점을 포함한 30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22 아르코미술관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땅속 그물 이야기' 전시회 기자간담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참석자들이 전시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혼프의 '잉선'. 2022.08.11. scchoo@newsis.com

온라인 가상공간 전시에는 예술가 창작집단 팩을 비롯해 리티카 비스와스, 마라 조안나 콜멜, 첸 샹웬 등 게스트 큐레이터, 만화·논픽션·영화·문화기획 등 분야에서 활동하는 필자 4명이 참여했다.

팩 김윤익 대표는 "온라인 전시장을 만들며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주제의식을 담고 싶었다"며 "자연과 인간으로 분리돼있던 기존의 사고방식이 이제는 유효하지 않다는 문제의식, 기존의 사고방식이 코로나나 기후변화 등 극단적 재해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담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022 아르코미술관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땅속 그물 이야기' 전시회 기자간담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8.11. scchoo@newsis.com

1층 스페이스필룩스에 마련된 '지하의 정원'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콜렉티브 혼프(하우스오브네추럴파이버)의 '잉선' 작품이 전시됐다.

'잉선'은 신을 화가로, 인간을 신의 그림으로 보는 고대 자바 철학을 담은 설치작품이다. 반얀트리(인생), 니 로로 키툴(물), 데위스리(땅과 비옥함), 성화된 에얼룸(권능), 칸틸레(욕망), 템플(연결) 등 6개의 상징물을 통해 인간·자연·신을 연결하는 생태적 상징물을 현대 기술과 공명하게 한다.

한편, 아르코는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 타이베이'와 협업해 다음달 30일부터 10월10일까지 양 기관에서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동시에 선보인다. 페스티벌의 전시와 연계 프로그램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소재한 아르코미술관에서 화~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참여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온라인 전시는 뉴아트시티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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